동원산업, 동원그룹 새 지주사로...신사업 투자 본격화
동원그룹이 상장사인 동원산업을 새 지주회사로 하는 합병절차를 마무리했다. 동원그룹은 신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산업은 2일 이사회에서 종료보고총회를 열고 기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등기 작업을 완료했다. 합병에 따라 발행하는 신주는 631만8892주 규모로 오는 16일 추가 상장된다.
합병 전 동원산업 대표를 맡았던 이명우 사장은 사업부문 대표로,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를 지낸 박문서 사장은 지주부문 대표로 활동한다. 이사회 의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외이사를 지낸 김주원 전 카카오 부회장이 맡는다.
◇손자회사 100% 지분제약 해소...항만입찰 기회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중복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업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동원산업은 종전 수평관계였던 동원F&B와 동원시스템즈 등 우량계열사를 자회사로 둔다. 이들 계열사 산하의 회사들을 컨트롤 하기 용이해지는 구조다.
동원그룹은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공정거래법상 지분제약도 해소된다고 본다. 공정거래법에선 손자회사에 대한 행위제한으로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의무조항이 있다. 때문에 동원그룹은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사업을 위해 증손회사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을 동원엔터프라이즈로 매각하는 비효율적인 경영을 해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항만 입찰조건 중에는 지분 조건이 5대 5이거나 7대 3인 경우가 있는데 증손회사 100% 지분 의무 때문에 기회조차 없었다"며 "지배구조 단순화로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제로 인한 투자활동의 제약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된 동원산업은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계열사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건설산업 등을 직접 거느리게 된다.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2600억원에서 5100억원 수준으로 늘어 자금의 유동성도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회사 동원로엑스와 미국 스타키스트는 지주사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지위가 올라선다.
이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했던 동원산업의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지주사의 손자회사였던 동원로엑스와 스타키스트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이번 합병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4대 미래성장사업, 투자 확대 본격화
동원산업은 지주사로서 얻게되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 재원을 바탕으로 계열사의 미래 성장사업 투자 여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주요 성장사업으로는 △온라인 축육사업 △연어 육상 양식 △2차전지 소재 사업 △스마트항만 구축 등이 있다.
전통적으로 참치와 연어 등 수산물을 생산, 유통해 온 동원그룹은 최근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미트와 축산물 가공 전문기업 세중 등을 인수하며 축산물 유통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원그룹은 재배구조 단순화로 역량있는 기업의 M&A(기업 인수합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강원도 양양군에 2000억원을 투자한 친환경 스마트 연어양식 단지 조성사업에도 집중한단 계획이다.
동원시스템즈는 국내 첫 참치캔을 만든 노하우와 기술 경쟁력으로 2차전지 원통형 배터리 캔(CAN)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캔은 현재 2차전지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규격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가 사용하고 있다. 원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엠케이씨를 인수해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동원시스템즈는 신공장 증설 투자로 연간 약 5억개 원통형 배터리 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두 회사의 합병계획을 발표했다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만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주가마저 급락하자 동원그룹은 결국 합병비율을 소액주주가 유리하도록 변경했다. 현재 동원산업은 이번 합병 과정에서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분할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다. 주당 단가를 낮추고 유통 물량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액면 분할된 신주는 오는 28일부터 거래될 예정이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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