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당할듯” 신고 무시한 경찰...시민단체 고발 줄이어

2022. 11. 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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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전 4시간 동안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쏟아졌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신고 내역과 녹취록을 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10시11분 사이 이태원 참사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총 11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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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정황, 고개드는 책임론
11건 중 8건 긴급출동 코드였는데...
4건만 현장출동...‘법적 책임’ 커져
정치권, 현안질의 후 ‘추궁’ 나설 듯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가운데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전광판에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문구가 떠 있다. 윤 청장은 1일 경찰청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세준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전 4시간 동안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쏟아졌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주최 없는 행사라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는 해명도 역풍으로 돌아올 조짐이다. 시민단체들은 경찰, 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고발에 나섰고, 정치권에서도 책임 추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신고 내역과 녹취록을 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10시11분 사이 이태원 참사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총 11건 접수됐다. 11건 모두 현장에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하다며 경찰의 신속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압사 당할 것 같다”,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다” 등 직접적으로 ‘압사’를 언급한 신고는 6건이나 됐다.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드린다”(오후 9시7분)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청한 신고도 있었다. 사고 발생 4분 전 걸려온 마지막 신고에는 비명소리도 담겨 있었다.

이들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11건 중 8건에 대해 접수코드를 긴급 출동이 필요한 ‘0’과 ‘1’로 분류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내려보냈다. 그러나 신고 종결 기록에 따르면 경찰관을 현장에 출동해 사건을 종결한 것은 4건뿐이었다. 6건은 “주변에 경찰이 있다”고 전화로 안내한 후 종결했다. 기록대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는지 여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찰청은 “112신고 녹취록을 공개하게 된 것은 앞으로 뼈를 깎는 각오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서울청 수사본부를 수사 독립성을 보장받는 특별수사본부로 전환하고,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초동 대응이 적절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앞서 “주최 없는 행사라 안전관리가 어려웠다”는 취지의 해명으로 일관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일제히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참사 사흘 만에 나온 사과가 성난 여론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되레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 데 대한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국가, 지자체, 경찰의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등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르면서 그 가능성도 현실화되고 있다. 활빈단은 이날 박 구청장과 용산서장을 직무유기와 경직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 장관, 오 시장, 윤 청장을 직무유기, 재난안전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일 국회 법세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이태원 참사 112 신고 녹취록에 대해 “대단히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법 개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형 참사가 빠지게 됐다”며 “시행령을 통해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는 있지만, 참사의 범위가 넓기에 검찰이 잘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 장관의 사퇴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오는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같은 달 7~8일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를 마무리하고 나면 고발 등 책임 추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회 차원에서 감사를 요청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서 책임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승연·좌영길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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