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뿔이 확 작아졌다…코끼리 상아 사라지듯

조홍섭 2022. 11. 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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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트로피 사냥과 밀렵이 성행한 코뿔소의 뿔 크기가 지난 세기에 걸쳐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런 현상은 코뿔소의 5개 종 모두에서 나타났으며 뿔이 큰 개체를 선별적으로 죽인 결과 뿔 크기가 작은 형질이 우세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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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1886∼2018년 사진 분석 결과 현저히 줄어들어
뿔 큰 개체만 사냥한 결과…코끼리·큰뿔양 비슷한 현상
포식자 퇴치 기능 저하로 생태에 악영향 우려
지구에 살아남은 마지막 거대동물의 하나인 코뿔소가 지난 세기 동안 사냥과 밀렵 때문에 코의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픽사베이 제공.

장기간 트로피 사냥과 밀렵이 성행한 코뿔소의 뿔 크기가 지난 세기에 걸쳐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런 현상은 코뿔소의 5개 종 모두에서 나타났으며 뿔이 큰 개체를 선별적으로 죽인 결과 뿔 크기가 작은 형질이 우세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오스카 윌슨 핀란드 헬싱키대 박사과정생 등 국제 연구진은 지난 500년 동안 전 세계 코뿔소 그림과 사진을 보관하고 있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코뿔소 자원 센터(RRC)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저널 ‘사람과 자연’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1886년부터 2018년 사이에 촬영된 코뿔소의 측면사진 80장에서 몸길이 대비 뿔 길이의 비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다섯 종의 코뿔소 모두에서 지난 세기 동안 뿔 길이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수 세기에 걸친 집중적인 사냥이 이런 결과를 빚었다고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가장 큰 뿔을 지닌 코뿔소를 쏘면서 점점 뿔이 작은 개체만 살아남게 됐고, 이들이 후손에 점점 더 많은 작은 뿔 형질을 물려주게 됐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집중적인 사냥 때문에 대형 야생동물의 형질이 바뀐 대표적인 사례는 엄니(상아)가 점점 작아지거나 사라진 코끼리와 뿔의 크기가 줄어든 큰뿔양에서 확인된 바 있다(▶내전의 비극 속 ‘애달픈’ 진화…코끼리는 ‘상아’ 없이 태어났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911년 방금 죽인 검은코뿔소 뒤에 자랑스럽게 서 있다.

코뿔소는 성체의 무게가 1t에 이르는 마지막 거대동물의 하나이지만 식민지 시대 트로피 사냥의 표적이 됐고 최근에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고가의 장식품이나 한약재로 팔려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뿔이 작아지면 코뿔소의 생태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은코뿔소는 큰 뿔로 경쟁자와 싸움을 벌이거나 포식자를 쫓아내는 데 쓰고 자바코뿔소는 이차 성징으로, 흰코뿔소는 영역을 과시하는 용도로 쓴다.

멸종위기에 놓인 수마트라코뿔소. 찰스 하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주 저자인 윌슨은 영국 옥스퍼드대 보도자료에서 “코뿔소의 뿔은 먹이를 찾는 데 쓰든 포식자를 몰아내는 데 쓰든 이유가 있어서 진화한 것”이라며 “뿔이 작아지면 어떻게든 생존에 해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자들은 코뿔소 자원 센터가 보관하고 있는 지난 500년 동안의 코뿔소 그림과 150년 동안의 사진 5000점 이상을 분석한 결과 코끼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1950년대를 기점으로 극적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도난 때문에 모조품이 전시된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의 코뿔소 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에드가 터너 옥스퍼드대 교수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찍은 수백장의 사진에는 사냥꾼이 쏘아죽인 코뿔소와 함께 찍은 것이 많다”며 “그러나 1950년대에 접어들면 코뿔소는 사냥감에서 보호대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아프리카 식민지가 독립하면서 유럽의 사냥꾼들이 마음대로 사냥하지 못하게 된 결과로 보았다.

인용 논문: People and Nature, DOI: 10.1002/pan3.1040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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