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의무 충실히 했다”하면 부실공사해도 건설사에 면책특권 주겠다는 정부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에서 부실행위가 발견돼도 관리·감독업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면 건설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장 작업자의 임의·독단적 행위로 인한 부실공사일 경우 건설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같은 내용의 국토교통 분야 규제개선 건의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규제까지 완화한 셈이다. 국토교통 규제개혁위원회는 민간위원 36명으로 구성된 기구로 지난 7월 출범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앞으로 건설현장에서 부실행위 등 법령위반행위가 적발돼 벌점을 부과할 때 업체가 면책받을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업체가 건설기술인의 부실행위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입증하는 경우 업체에는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별표 8]’ 의 ‘건설공사 등의 벌점관리기준’에서 부실공사 적발시 업체와 기술사 모두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폐지하겠다는 얘기다. 법이 양벌규정을 정하고 있는 취지는 불법행위를 한 사람을 고용한 회사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건설기술인이란 업체에 고용된 건설기술인과 건축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축사를 모두 포함한다.
그동안은 건설공사 부실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건설기술인과 업체(건설사업자, 주택건설등록업자 및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모두에게 ‘양벌규정’을 적용해 벌점을 부과해왔다.
주요 벌점대상은 설계도서와 다르게 땅고르기를 함으로써 지반침하가 발생했거나 토사붕괴 또는 지반침하가 발생한 경우, 건물 주요 구조물의 구조부에 금이 가는 등 균열이 발생했음에도 보강공사를 하지 않은 경우, 건물 주요 구조부의 철근 노출이 발생하는 등 콘크리트가 재료와 분리되는 등의 부실공사가 발생했음에도 보강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철근의 배근·조립 등 시공불량으로 보강이 필요하나 조치하지 않은 경우, 배수 및 방수불량, 시공단계별로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을 배치하지 않은 경우, 시공상세도면 작성을 소홀히 하고, 공정관리 소홀로 공정이 부진한 경우, 건설공사현장 안전관리대책을 소홀히 한 경우 등으로 사안의 중한 정도에 따라 업체와 건설기술자에게 각각 0.5~3점의 벌점을 부여해왔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양벌규정을 손질하기로 함으로써 업체가 현장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등을 실시하고, 각 공정별 절차를 준수했음을 입증하면 건설현장 내 각종 부실공사가 발생해도 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예외규정으로 업체가 ‘건설산업기본법’ ‘주택법’ 등 위반으로 이미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자격취소 및 자격정지 등의 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벌점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국내 건설현장에서 중대한 부실공사로 등록말소 및 영업정지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
지난 3월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부실시공에 따른 국내 건설사 전체 행정처분 건수는 총 20건으로, 이 중 등록말소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 한 차례가 전부다. 나머지 19건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이 중 6개월 이상은 4건밖에 없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괄적인 양벌규정을 다소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건설기술자 개인의 일탈이 명백한 경우에는 기술자에게만 벌점을 부과하도록 몇몇 항목을 구분하려는 것”이라며 “입증책임도 업체에 있고, 업체가 명백히 관리 및 주의의무를 다 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면 벌점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실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기술자의 독단적 부실행위를 구분하지 않고)무조건 업체도 잘못이 있다고 엮어 처벌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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