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코트·등산복… 편한 옷에도 '나만의 개성'
1990년대 중·고교생이 교복처럼 입었던 '떡볶이 코트'. 원래 이름은 더플코트인 이 옷이 최고급 코트로 거듭나고 있다. 등산 갈 때 남녀노소 부담 없이 입는 등산복은 어떨까. 등산이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새로운 레저 문화로 자리 잡은 요즘, 최고급 소재로 만든 등산복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아동복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형이나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각자의 개성에 맞게 디자인한 프리미엄 아동복이 대세를 이룬 지 오래다. '평상복의 고급화'가 패션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자주 입는 옷일수록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MZ세대의 철학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무엇보다 더플코트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레트로 열풍과 함께 다시 등장한 더플코트는 올해 들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앞다퉈 구매하고 있다. 영국의 헤리티지 브랜드 글로버올(Gloverall)이 대표적이다. 이랜드가 1995년 인수한 글로버올은 올해 온라인 쇼핑몰 및 편집숍에서 공식 발매한 뒤 내년에는 단독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글로버올은 1951년 영국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은 군 납품 코트를 사들여 민간에 팔았고 이를 상품화해 더플코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브랜드다. 그만큼 글로버올 더플코트는 영국인의 자존심으로 통하는데, 실제로 창업 이래 줄곧 '메이드 인 잉글랜드(Made in England)'를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습도가 높은 영국의 기후를 고려해 최고급 이탈리아산 울 100%를 사용하며 모든 제품은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소재의 우수성, 품질의 완성도 때문에 패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비싸지만 살면서 하나쯤은 꼭 소유하고 싶은 아우터'로 유명하다. 이랜드 관계자는 "글로버올은 고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제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면서 "더플코트를 넘어 오버코트, 트렌치코트 등 근대 복식사에서 중요한 옷들을 직접 생산하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등산복 또한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주목을 끌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초고가 아웃도어 의류는 한국 패션업계를 지배했지만 최근 들어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산복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프리미엄 등산복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블랙야크다. 블랙야크는 지난달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몰에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글로벌 컬렉션 라인' 전문 매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블랙야크 '글로벌 컬렉션 라인'은 세계 최대 스포츠 용품 박람회인 '이스포(ISPO) 뮌헨' 어워드에서 26관왕에 올라서며 단일 브랜드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운 제품군이다. 블랙야크의 독일 연구개발(R&D)센터 'DNS(Development Never Stops)'가 개발한 제품들로 산악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등산복 라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오픈한 글로벌 매장에서는 산악인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극한의 환경에서 기술력 테스트를 거친 제품을 국내 소비자들의 체형에 맞게 적용해 판매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이스포 어워드 에디션'으로 업그레이드한 '바코시2다운자켓'이 있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돕는 입체적 패턴과 퍼텍스, 코듀라, 프리마로프트 등의 소재를 적용해 활동성과 기능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또 다른 제품으로는 '타우루스900다운자켓'이 꼽힌다. 최상급 폴란드산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했으며, 내부 공기층 기둥을 세우는 블랙야크의 박스월 체임버 기술을 적용해 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 이 밖에 고어텍스 재킷 및 팬츠, 티셔츠처럼 평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으면서 혁신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더 많은 소비자가 블랙야크의 노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부산 1호점을 시작으로 주요 거점에 글로벌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침체를 보일 것 같던 아동복 시장은 고급화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아동복들은 올해 들어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MZ세대 부모들은 아이를 적게 낳는 만큼 남들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 옷을 입히려는 심리가 강하다. 자연스럽게 아동복 브랜드들은 앞다퉈 고급 소재로 만든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닥스키즈가 대표적이다. 닥스키즈는 최근 올해 겨울 시즌을 겨냥해 겨울철 추위를 막아줄 견고한 소재의 '프리미엄 다운 컬렉션'을 내놓았다. 프리미엄 다운 컬렉션은 볼륨감 있는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했으며 발열 안감을 더해 뛰어난 보온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닥스키즈만의 세심한 디자인과 함께 부드러운 색상을 채택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존 점퍼형 스타일부터 내피와 외피를 탈부착할 수 있는 다운까지 이전 제품보다 업그레이드한 것이 특징이다.
닥스키즈는 이와 함께 '그린 라이트 다운 컬렉션'을 새롭게 단장했다. 재생 소재를 적용해 친환경 가치를 담으며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이 밖에 이번에 재단장한 '베이비-토플러 라인'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플리스 셋업부터 점퍼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고 닥스키즈는 전했다. 닥스키즈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닥스키즈만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더해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제품으로 디자인과 기능성 모두 뛰어난 제품"이라며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자녀와 조카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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