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아달라 생각뿐” CPR로 2명 구한 고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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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아라.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무렵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지인들과 인근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고교생 최민규(17·서울 컨벤션고 2년) 군은 짐을 모두 내버려두고 사고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최군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시민 구조를 도왔던 경험을 어렵게 다시 꺼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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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듣고 즉각 현장으로
중학교 CPR교육 받고 따로 공부
“더 살릴 수 있었다” 아쉬움 남아
‘응급구조사 자격증’ 취득 결심도
“제발 살아라.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무렵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지인들과 인근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고교생 최민규(17·서울 컨벤션고 2년) 군은 짐을 모두 내버려두고 사고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먼저 나갔던 지인이 “빨리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며 황급하게 돌아오고 나서였다.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최군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시민 구조를 도왔던 경험을 어렵게 다시 꺼내 이야기했다.
최군이 도착한 이태원역 일대는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현장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는 시민,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인근으로 몰려드는 시민이 뒤섞여 있었다. 핼러윈 코스프레로 경찰 제복이나 군복을 착용한 이들이 많았던 탓에 시민 통제도 수십분간 지체됐다.
당시 최군은 심정지 상태의 시민 10여명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이 중 2명은 극적으로 호흡을 되찾았다. 최군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마음밖엔 없었다”고 전했다.
최군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건 평소 익혀뒀던 구조지식 덕이 컸다. 최군은 “중학교에서 CPR 교육을 받긴 했지만 형식적인 수준이었다”며 “성별이나 체형에 따른 방법 차이를 따로 공부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북삼성병원 응급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권장되는 CPR 압박 깊이가 남성보다 1㎝ 정도 낮은 5㎝다. 물론 체형이 크거나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그만큼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지식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일반인은 드물다. 참사 이후 일반인 대상 응급처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군 역시 “CPR를 도우려는 시민도 많았지만 손가락을 심정지 환자 입에 직접 넣는 등 위험한 상황이 많았다”며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였는데 섣불리 나섰다가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는 심정지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려면 머리를 뒤로 젖히고 턱을 들어올려야 한다.
최군을 힘들게 하는 건 참혹한 현장을 직접 봤다는 괴로움이 아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다. 이에 최군은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심했다. 최군은 “일상을 살아가며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언제든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참사 후 2시간가량이 지나 자정을 넘긴 시각, 최군은 다리근육 손상을 입은 시민과 함께 구급차를 탔다.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였던 환자를 경기지역의 한 병원까지 인계한 뒤 최군은 다시 택시를 타고 이태원역으로 돌아왔다. 현장 수습이 얼추 마무리됐을 무렵 최군이 다시 시계를 봤을 땐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3시였다.
일상으로 돌아온 월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덕분에 병원에 이송됐던 시민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최군은 겸연쩍게 웃기도 했다. 그는 “살아남은 이들이 힘든 기억을 잊고 살아가면 좋겠다”며 “유가족들에게도 상처가 되는 당시의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에 함부로 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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