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m 떨어졌던 '압사' 신고…이태원 참사 직전 '비극의 골목'에 집중

이비슬 기자 2022. 11.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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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신고자 '비극' 예견…4시간 전부터 '통제요청'
사고 직전 '압사' 우려 신고 많아지고 위치도 사고장소로 근접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참사' 112 신고 녹취록에는 참사가 발생한 골목으로부터 90m 떨어진 거리까지 "압사당할 것 같다"고 외친 신고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내리막길뿐만 아니라 이태원 일대 좁은 골목 곳곳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112 신고 위치는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 '비극의 골목'에서부터 서서히 넓어지다가 사고 직전 골목 일대로 한순간 좁혀진다.

◇4시간 전 '참사 골목'에서 최초 신고…"통제해달라"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직전 112 신고자 위치는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을 중심으로 반경 90m에 집중됐다.

29일 오후 6시34분. 112 신고 녹취록에는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약 4시간 뒤 발생할 사고를 예견한 듯한 첫 신고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1번 신고자는 "해밀톤 호텔 골목에 사람들이 오르내리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압사당할 것 같아요.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경찰이 1번 신고자에게 "교행(통행)이 잘 안되고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 날 거 같다는 거죠?"라고 묻자 신고자는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라며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다 올라오는데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여 있어요"라고 답했다.

첫 신고자는 통화 내내 참사가 발생한 위치부터 요구사항까지 경찰에 비교적 자세한 내용을 전달했다.

신고자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나오는 인구와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나온 사람들이 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요"라며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뺀 다음에 안으로 들어오게 해줘야죠"라고 말했다.

이후 경찰이 "알겠습니다. 출동해서 확인해볼게요"라고 하자 신고자가 "네~"라고 답했다는 녹취록이 물결표 문장부호와 함께 기록돼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90m 밖에서도 '압사' 언급…사고 직전 '비극의 골목' 신고 빗발

사고 발생 약 1시간 전. 신고자 위치는 참사 위치로부터 점점 넓은 반경을 그리며 퍼져간다. 병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이태원 일대 골목이 서서히 마비되고 있었던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후 8시33분부터 약 40분간 이어진 3~8번 신고는 참사 골목에서부터 해밀톤 호텔 뒷 골목을 따라 순서대로 나란히 이어졌다.

참사가 발생한 위치에서 직선으로 90m 떨어진 골목에서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9시7분. 7번 신고자는 "선생님, 사람들 일방 통행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신고자는 "만남의 광장이란 주점 쪽인데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 있거든요"라고 언급한다.

3분 뒤인 오후 9시10분. 7번과 같은 위치에서 8번 신고자는 "핼러윈 축제 중인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라고 호소했다.

경찰이 "거리 전체가 사람이 많아요?"라고 묻자 신고자는 "예, 거리 그…"라고 답한다. 경찰이 다시 한번 출동이 필요한 위치를 묻자 "만남의 광장 앞인데 지금 좀 상태가 심각해요"라고 말했다.

신고자들은 하나같이 '통행 방향'을 통제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7번 신고자는 사고 위치에서 90m 떨어진 거리에서 "선생님, 사람들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오후 9시51분 걸려온 9번 신고자 전화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원 통제 좀 나와서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면 빨리 나오실 수 있을까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고 직전. 이태원 일대에 넓게 퍼져있던 신고자 위치는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인근으로 일시에 좁혀졌다.

10번 신고자는 오후 10시 정각, 사고가 발생한 내리막을 길 건너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며 경찰에 다급하게 신고했다. 신고자는 욕설과 함께 "골목에서 밀고 압사를 당할 것 같아요. 통제 좀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경찰이 마지막으로 접수한 신고자 위치는 골목 바로 위 삼거리였다. 오후 10시11분. 녹취록에는 "야~(비명) 아~(비명),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이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담겼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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