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태원 소식에…핼러윈 안전 강화한 세계 각국

황경주 2022. 11. 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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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핼러윈 참사 소식에 전 세계인들도 추모의 뜻을 보내 왔습니다.

동시에 세계 각국은 핼러윈 행사 관리를 더 강화하고 시민들도 안전에 신경 쓰며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이런 대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른 나라들에서 배울 점은 없는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이번 이태원 참사가 국제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겨줬죠?

[기자]

네, 사고 직후부터 대부분 국가가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전했고 속보도 이어갔습니다.

핼러윈이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는 행사인데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즐기다보니 행사 자체가 취소되진 않았지만, 안전 의식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습니다.

그젯밤 일본 도쿄 번화가의 모습입니다.

핼러윈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이 사람들의 통행을 돕고, 확성기로 끊임없이 안내 방송을 합니다.

[경찰 : "보행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현재 많은 인파가 뭉쳐 있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전 관리를 더 강화한 겁니다.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은 한국의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일본 시민 : "사람들이 숨졌다니 너무 충격적이라서 안타까웠어요."]

[일본 시민 : "즐긴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충격이 너무 컸어요."]

[앵커]

이번 사고는 좁은 경사로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피해가 더 컸잖아요.

땅이 좁고 길이 복잡한 홍콩에서는 시민들이 비교적 안심하고 핼러윈을 즐긴다면서요?

[기자]

네, 홍콩에서 핼러윈은 큰 축제 중 하나인데요.

현지 언론은 "이태원 사고가 전해졌지만 홍콩의 핼러윈 축제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주말 홍콩 최대 유흥가 란콰이퐁의 모습입니다.

이번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처럼 좁고 경사진 길목에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일방통행 안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고, 경찰들도 인파 깊숙이 배치돼 사람들의 이동을 돕고 있습니다.

란콰이퐁의 일부 도로는 아예 폐쇄됐고, 응급 상황 시 이용할 수 있는 비상 도로도 마련됐습니다.

[홍콩 시민 : "한국에서 핼러윈 관련 사고가 났다는 뉴스도 읽었지만, 홍콩의 공안과 경찰력을 믿고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란콰이퐁은 항상 붐볐어요."]

홍콩 경찰의 이런 조직적인 대처는 29년 전 대형 사고를 계기로 자리 잡았는데요.

1993년 새해 전야를 맞아 란콰이퐁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21명이 숨지고 60명 넘게 다친 사고였습니다.

그 날의 비극을 교훈 삼아 대규모 행사에서는 경찰이 운집 인원을 조절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앵커]

홍콩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군요.

사실 압사 사고가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종종 일어나고 있죠?

[기자]

네, 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종교 행사나 스포츠 경기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일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압사 사고가 있었는데요.

흥분한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뛰어들었고, 이를 막으려던 경찰이 최루탄을 쏘자 놀란 사람들이 출구로 몰리며 뒤엉킨 겁니다.

이날 사고로 어린이 십여 명을 포함해 132명이 숨졌고 중상자도 많았습니다.

[조코 위도도/인도네시아 대통령 : "이 비극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이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이 같은 인류의 비극이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1990년엔 무려 천 4백여 명이 압사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인근에 순례지로 향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대형 참사로 번졌습니다.

공식 통계 기준으로 희생자가 가장 많은 사고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텍사스주에서 열린 유명 가수 콘서트에서 무대로 팬들이 밀려들면서 9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행사의 종류에 상관없이 특정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앵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 하더라도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영국에서 나온 한 연구를 주목할만한데요.

영국 응급의학 저널에 실린 '힐스버러 경기장 참사로 본 압박 질식 등에 대한 임상 병리학적 소견'이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을 쓴 연구팀은 무려 30여 년 전에 발생한 축구장 압사 사고를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밝혔는데요.

1989년 4월 영국의 힐스버러 축구장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96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대규모 군중 사이에 낀 사람이 앞뒤에서 누르는 큰 힘을 받으면 폐가 팽창되지 못하면서 호흡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저산소혈증으로 이어지는데,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산소 농도가 정상치보다 절반 정도 낮은, 56%까지 내려가면 의식이 없어진다고 밝혀졌습니다.

압박 정도가 크면 이 정도의 저산소혈증까지 가는 데 겨우 1~2분밖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습니다.

[앵커]

군중이 밀집한 곳에서는 단숨에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는 장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두고 있는데요.

이태원 사고 장소처럼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서는 먼저 두 손을 마치 복싱선수처럼 앞으로 모아서 가슴을 감싸야 합니다.

폐가 팽창할 공간을 확보하는 거죠.

중심을 잘 잡고 자기 위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밀리는 방향에 맞서서 굳이 저항해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오히려 떠밀려 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넘어졌다면 몸을 공처럼 웅크리고 머리와 가슴 등을 보호해야 합니다.

할 수 있다면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장자리로 이동해 군중을 빠져나가라고 CDC는 조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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