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근로시간·노동자에 유리한 파업제도…韓노동법제 개선해야"

한지연 기자 2022. 11.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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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경련

한국의 노동제도가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국에 비해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과 △근로시간 제도 △파업제도 △노사관계 제도 △파견·기간 제도 △처벌제도 등 5가지를 비교해 2일 발표했다.

그 결과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근로시간 및 파견제도 운용이 경직적이고, 파업 및 노사관계 제도가 노조에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기업의 의무위반에 대한 처벌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유연한 근로시간제 필요
먼저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가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인데, 미국·영국은 주 단위, 독일은 일 단위의 근로시간만을 제한하고 있다.

또 한국은 연장근로를 1주에 12시간으로 제한하는 반면, 미국은 제한 없이 근무를 할 수 있다. 일본은 월 또는 연 단위, 프랑스는 연간 기준으로 총량 범위 내에서만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유연근무제 역시 한국이 주요국에 비해 경직적이라고 봤다. 한국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 기간이 6개월, 1개월로, 주요국에 비해 가장 짧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의 경우 미국·일본·독일·영국은 1년, 프랑스는 3년까지 가능하다.

또 미국·일본·독일·영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각 업무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제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은 고소득·전문직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고도프로페셔널'제도가 있고, 독일은 초과근무를 저축하고 원할 때 쉬는 '근로시간계좌제', 영국은 정해둔 근로시간 없이 일한 만큼 시급을 주는 '0시간 근로계약' 등이 있다.

전경련은 "코로나 19 이후 기업 현장에서 근무시간과 업무공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지원하는 근로시간제 개편과 유연근로시간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업제도, 노조 직장점거 금지해야
파업제도와 관련해서도, 한국이 노조의 직장점거를 허용하고 사용자를 대체 근로하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전경련은 전했다.

반면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은 쟁의행위 때 직장점거를 위법으로 금지한다. 한국은 부분·병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전경련은 "주요국은 사용자의 재산권, 점유권, 영업의 자유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노조의 직장점거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파업 시 사용자의 권리보호가 미흡하다. 산업피해 최소화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대체근로 허용 및 직장점거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당노동행위, 노조와 사용자 모두 대상자로 봐야
노사 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이 유독 사용자만을 부당노동행위의 가해자로 간주하고 처벌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캐나다·호주는 노조와 사용자 모두 동일하게 부당노동행위 대상자로 규율하고,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일본은 사용자만 부당노동행위 대상이지만,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독일·영국·프랑스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전경련은 부당노동행위 규정이 노사 모두에게 적용되고, 형사처벌을 다른 나라들처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견 2년 제한 vs무기한 활용

전경련은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파견·기간제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은 파견 가능한 업종과 기간을 모두 제한하기 때문이다. 파견의 경우 사용 범위가 경비·운전 등 32개로 한정되고,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과 파견근로자 파견 기간이 최장 2년으로 제한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파견·기간제 관련 업종 제한이 없고 기간도 무기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건설, 의료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파견직을 허용하고, 기한은 파견제는 무제한, 기간제는 3년으로 제한하지만 계속 갱신이 가능해 사실상 무기한 활용이 가능하다.

전경련은 "우리나라는 직접 고용의무만을 강조해 파견제·기간제 운용이 경직적이라 유연한 인력운영에 제약이 된다"며 "파견제 허용 범위를 늘리고 기간단위를 3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벌중심 노동법제 개선해야
아울러 전경련은 처벌 중심의 노동법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법 위반시 모두 벌금에 이어 징역까지 부과되지만,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는 노동법 위반시 벌금형이 대부분이고, 일부 국가에서 위반사항이 고의적이고 반복될 때만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광범위하고 처벌 수준도 엄격해, 거의 유일한 해외사례인 영국과도 대비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하청업체의 사고 발생시 원청사업주와 하청사업주가 동일한 의무를 질 뿐만 아니라, 원청업체의 사업주와 법인이 동시에 처벌받는다.

반면 영국은 처벌 대상을 법인으로 한정하고 원청의 책임도 사안별로 판단해 부과한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준수해야 할 규정이 모호한데다, 처벌 수준도 높아 산업현장의 혼란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노동법 위반에 대한 처벌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근로자들의 인식수준에 맞춰 과거의 경직적·획일적 노동법에서 벗어나 현실에 적합하고 유연한 노동법이 필요하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동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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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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