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참사→사고, 희생자→사망자…“정부 책임 축소 의도”

정길훈 2022. 11. 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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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관련 광주·전남 연고 희생자 9명 집계
- 어제 희생자 3명 발인식 엄수..오늘도 발인식 예정
- 행안부, 자치단체에 공문..참사→사고, 희생자→사망자로 명칭 통일
- 민주노총 "희생자 죽음을 단순 사고로..정부 책임 축소 의도"
- 행안부 "사고 책임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 용어 필요"
- 행안부, 지역 축제 합동점검..축제 안전관리 심의, 서면 진행 드러나
[KBS 광주]

■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전 보도국장)
■ 출연 : 김애린 KBS 광주 보도국 기자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김영조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WUl18-vogg0

◇ 정길훈 앵커 (이하 정길훈):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나 희생자라는 표현 대신 사망자라는 말을 쓰라고 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려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3명의 발인식이 광주와 전남에서도 엄수됐는데요.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KBS광주방송총국 김애린 기자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KBS광주방송총국 김애린 기자 (이하 김애린):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156명으로 늘었는데요. 광주와 전남에 연고를 둔 분은 몇 분이죠?

◆ 김애린: 모두 9명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광주가 7명, 전남이 2명인데요.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가 1명, 20대가 6명, 40대가 2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정길훈: 어제는 희생자들의 발인식도 엄수됐죠?


◆ 김애린: 네. 그렇습니다. 어제 광주에서 친구와 함께 변을 당한 20대 여성 희생자 2명과 장성에서 19살 여성 희생자 1명의 발인이 진행됐는데요. 20대 여성 희생자 2명은 친구 사이입니다.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나란히 같은 장례식장에 안치됐는데 이들 중 1명은 다음 주 정규직 전환 시험을 치르려고 고향에 오기로 돼 있었다고 해요. 기차표까지 끊어뒀는데 참변을 당한 것인데요. 19살 여성 희생자의 경우에는 올해 2월에 전남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요. 미용사가 되겠다면서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그날 밤 이태원을 함께 찾은 직장 동료 7명 가운데 4명이 희생됐고 평소에 살갑고 애교가 많았던 막내딸이었다고 전해져서 가족들 참담함이 더 큽니다. 나머지 희생자들도 오늘 오후까지 개별적으로 발인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 정길훈: 김 기자 얘기를 들어보니까 하나 같이 다 안타까운 사연인데요. 어떻습니까? 자치단체들의 장례 지원 대책 나왔습니까?

◆ 김애린: 광주광역시가 우선 이태원 사고대책지원단을 구성했습니다. 문영훈 행정부시장이 대책지원단장을 맡았는데요. 장례 지원을 위해서 시청 사무관 이상 직원을 사망자 유족별 1:1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또 사망자 주소지가 있는 자치구에서도 장례식장에 직원을 파견해 시와 함께 장례 절차 등을 집중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도 사고 수습 대책 본부를 구성했는데요. 본부장은 도민안전실장이 맡고 장례 지원은 보건복지국에서 맡는데 사망자 유가족별 역시 2인 1조로 장례식장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습니다. 이들이 화장 예약 관리, 장사 시설 이용 절차 안내, 장례비 지원 등을 돕고 있는데요. 우선 정부안이 확정되면 신속히 유가족들에게 생활안정 지원금을 지급하고 장례비 역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정길훈: 광주와 전남 지역에 합동 분향소도 잇따라 설치됐는데요. 어디에 설치되어 있습니까?

◆ 김애린: 광주5.18민주광장에 설치됐습니다. 시민단체가 설치한 것인데요. 세월호 참사 당시 시민 합동 분향소가 설치됐던 곳이기도 하죠. 광주광역시와 전남도청 청사 안에도 각각 설치돼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시민이 자유롭게 헌화하고 분향할 수 있도록 했는데 광주광역시청의 경우에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전남도청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 정길훈: 분향소에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을 텐데 김 기자가 현장에 가봤을 것 같은데요.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김애린: 아무래도 침통한 분위기입니다. 출근하기 전에 서둘러 들렀다는 이런 시민도 있고 잠깐 짬을 내서 인사하러 왔다는 시민도 있는데요. 하루 종일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축제를 즐기러 나갔다가 희생당한 이들의 죽음이 너무 허망하다, 이렇게 말하는 시민도 계셨고요. 또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의 20~30대 추모객들도 많았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나도 같은 일을 당할 수 있었던 것, 혹은 남일 같지 않다. 또 내 친구, 내 동생 일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 기성세대 분들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 않았겠느냐 하는 그런 죄책감을 표현하기도 하셨고요. 또 서울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도 합동 분향소를 많이 찾으셨는데 아들, 딸 같은 어린 청춘들이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이런 말씀을 하기도 했습니다.

◇ 정길훈: 이런 와중에 지금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자치단체에 공문, 지침을 내려보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써라 이렇게 내려 보냈죠?

◆ 김애린: 네. 그렇습니다. 사고 다음 날이죠. 그러니까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 보냈습니다.


분향소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하고 재단 중앙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쓴 것인데요. 참사가 아닌 사고로 희생자나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로 표기하도록 한 것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현수막을 제작했다 다시 바꾸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광주광역시의 경우에는 희생자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체 제작한 현수막에는 희생자를 추모한다는 문구를 게시하겠다 이런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정길훈: 왜 그런 문구를 쓰라고 했을까요?


◆ 김애린: 이를 두고 아무래도 정부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통 대형 인명 피해로 인한 사고의 경우 원인과 책임이 있을 때 희생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잖아요.

◇ 정길훈: 세월호 때도 그랬죠.

◆ 김애린: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부 책임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런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즉각 성명서를 내고요. 희생자 죽음을 단순 사고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면서 광주가 인권도시인 만큼 제대로 된 분향소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고요. 하지만 정부는 어제 브리핑에서 사고 책임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가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망자와 사상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광주 시내에는 정부 입장과 달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고 있습니다.

◇ 정길훈: 정부가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 내일부터 전국 지역 축제에 대해서 합동 점검에 들어가죠?

◆ 김애린: 그렇습니다. 어제 중앙사고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우선 이번 사례와 같이 주최자 없는 행사를 위한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 이렇게 밝혔고요. 또 더불어서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내일부터 지역 축제에 대한 정부 합동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지역 곳곳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된 이후 첫 축제가 열리다 보니까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 인력이나 현장 요원 배치 등이 제대로 계획이 수립돼 있는지 이런 것들이 점검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정부뿐만 아니라 광주경찰청도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20여개 시설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겠고 밝혔습니다. 이번 달 11일까지 2주간 대규모 집회 시위나 다중 운집 행사가 빈번한 장소를 선정하고 현장 점검을 벌인다는 계획인데요. 5.18민주광장이나 버스터미널, 카타르 월드컵 관련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이 예상되는 곳들을 중심으로 안전 확보를 위해 단단히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정길훈: 어제 9시뉴스를 보니까 지역의 축제 관련된 안전관리 관련해서 행안부가 지난해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원칙이 관계기관들이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면서 대면 심의를, 그러니까 만나서 협의를 해라, 이렇게 원칙이라고 세워놓은 모양인데 실제로는 그냥 서면으로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요?

◆ 김애린: 그렇습니다. 1시간에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열려면 자치단체에 안전관리 계획이라는 것을 내야 합니다. 지역 축제의 경우 사실상 의무사항이나 다름없는 것인데요. 행정안전부 매뉴얼에 따르면 대면 심의가 말씀한 대로 원칙입니다. 경찰과 소방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치게 돼 있는데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토론도 하고 꼼꼼하게 심의하라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심의가 서면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 열릴 예정이었던 해남 미남축제인데요. 음식 관련 축제다 보니까 가스 등 화기를 사용하는 만큼 안전이 중요한데 역시 서면으로만 이뤄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 영암 월출산 국화축제, 보성 꼬막축제, 장성 백양단풍축제 등 대표적인 가을 축제의 안전관리 계획 심의가 모두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실상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요. 전문가들은 안전관리 심의라는 것이 사실 안전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인 만큼 꼼꼼하게 대면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행정안전부는 지역 축제장 안전 매뉴얼에 대면 심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정길훈: 젊고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로 인해서 여러 안전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고요.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자치단체 차원의 철저한 점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KBS광주방송총국 김애린 기자였습니다.

정길훈 기자 (skyn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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