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원전빼고 발전소 모두 타격…올겨울 인도주의 위기 노렸다”

우크라이나 체르카시 지역의 한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가 올겨울 전력 대란 위기에 처했다고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운영사 경영자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의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을 제외한 우크라이나의 거의 모든 대형 발전소와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 30%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세에 따른 전력 공급 붕괴를 막지 못한다면 올겨울 인도주의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쿠드리츠키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주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에 손상된 전력망 보수에 필요한 예비 부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추가 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키이우에 공습경보가 울리는 와중에 인터뷰에 나선 그는 “최근의 미사일 공격 이전에는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만큼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목표였지만 이제는 전력망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망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러시아의 공습으로 전력망이 파괴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스 공급을 유지하는 데에도 전기가 필요하다면서 “고객들이 전기가 너무 오래 끊겨 난방 시스템을 전기와 연결하지 못하면 이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적인 재앙을 일으키길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키이우, 하르키우, 르비우, 오데사, 자포리자 등 에너지 수요가 많은 대도시가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수도 키이우, 제2 도시 하르키우, 남부 자포리자 등 주요 도시 곳곳에 미사일 55기, 드론 5기를 동원해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발사된 미사일 가운데 44기를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전면 방어에는 실패하면서 키이우 35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키이우 지역의 80%에서 물 공급도 중단됐다. 하르키우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병원에서는 전압을 낮춰야만 했으며, 자포리자에서도 일부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드리츠키 CEO는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이 유럽 전력망과 연결돼 있어 EU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이 미사일 공격으로 타격을 입어 수입한 전력을 일부 지역에 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