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우디·이라크 공격 임박”… 첩보 공유에 관련국 긴장

사우디, 미국에 관련 정보 제공
“반정부 시위 관심 돌리기용”
미 “동맹국 수호 주저하지 않을 것”
‘관계 재검토’ 태도 변화 가능성

이란 혁명수비대 지상군 병력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및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하는 서북부 아라스 지역에서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란이 자국에서 벌어진 반정부시위로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기획하고 있으며 공격 시점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은 1일(현지시간) 사우디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우디 정보 당국이 최근 자국과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공격 계획을 입수해 미국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공격 대상으로는 사우디 내 에너지 기반 시설과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에르빌이 꼽히고 있다. 세부 사항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WSJ에 이란이 이런 공격을 감행하려는 것은 이란 내에서 9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앞서 사우디가 이란의 히잡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란 시위를 이란 인터내셔널 등 위성 뉴스 채널로 보도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지난달 사우디에 경고했다. 당시 살라미 사령관은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경고”라며 최후통첩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라크의 경우, 지난 9월 하순에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 북부를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장 드론으로 공격했으며 그 중 일부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에르빌을 향해 날아가다 격추됐다. 이란 측은 에르빌에 근거지를 둔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이 이란 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보도된 이란의 공격 첩보와 관련해 “우리는 위협적인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사우디와 군사 및 정보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란의 이번 공격 위협이 석유 생산 문제를 둔 사우디와 미국의 긴장 속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주목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는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과 함께 이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조치였기에 미 정부의 반발을 불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우디의 감산 결정 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과연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위협이 구체화되면 이같은 태도는 다시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 WSJ는 “대테러 작전과 이란에 대한 억제, 이스라엘의 지역 내 통합 등의 노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에 미국은 사우디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