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대상 성범죄에는 ‘무관용 원칙’ 필요 [배정원의 핫한 시대]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2022. 11. 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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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에겐 범죄인의 기본권 적용 어려워···아동 피해자가 겪을 평생의 고통 너무 심각해

(시사저널=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최근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이 15년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 국민이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진 듯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김근식이 출소한 후 자기가 사는 지역으로 올지 몰라 불안해했는데, 김근식이 출소 후 의정부시에 있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갱생시설을 숙소로 희망해 그곳으로 간다는 소식에 시장을 포함해 지역 학부모들이 반대시위를 준비할 정도로 초긴장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15년의 교도소 생활 동안 그의 '소아성애장애'가 치료된 징후가 안 보이는 데다 갱생시설 바로 옆에 영아원이, 반경 1km에는 초·중·고교가 7곳 있다는 것도 강간 전과 22범인 김근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중요한 이유였다. 다행히 김근식이 출소하기 하루 전날 검찰이 16년 전 성폭행 사건으로 김근식을 기소해 구속기간을 연장했고, 그는 11월초 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의정부 시민들이 10월16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소아성애 범죄자, 재범 위험 매우 높아

김근식은 2000년 미성년 여아를 성폭행해 5년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16일 만에 다시 미성년을 대상으로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는데, 2006년 5월24일 출소해 9월11일까지 3개월 반 동안 무려 11번의 미성년 대상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대담하고도 흉악한 연쇄 성폭행 범죄자다. 죄질이 나쁘고 재범인데도 당시 양형기준이 높지 않아 15년형을 받았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그의 범죄는 교활해 승합차를 세워놓고 마치 팔을 다쳐 짐을 운반하지 못해 곤란한 지경에 빠진 것처럼 지나가는 어린 여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한 후, 여학생이 짐을 올려주기 위해 승합차에 오르면 납치해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선의를 이용해 범죄를 계획하고, 아이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심하게 때린 후 성폭행을 했다. 신고된 피해자만 11명이었다. 그런데 아동 대상 성범죄자로 체포된 이들의 대다수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이전에 성범죄를 저질렀으나 신고되지 않고 체포되지 않았던 경우가 많은 걸로 미뤄 김근식에게 당한 성범죄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김근식은 소아성애(기아증·pedophilia) 장애자라고 진단받았다. 소아성애는 사춘기 전 아동들에게 성적인 관심을 가지며, 그들을 대상으로 성행동을 하려고 하는 이상성행동이다. 소아성애자는 전형적으로 13세 이하 어린이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가지며, 이들에게 흥분하고 성적 충동을 느낀다. 이런 특징들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정신의학에서 정하는 '소아성애'의 임상적 진단을 받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모든 소아성애자가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중에는 소아성애자가 꽤 있다.

문제는 다른 이상성행동자와 마찬가지로 소아성애는 치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아성애를 판타지로만 가지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모르지만, 김근식처럼 성범죄로 연결되는 경우는 재범 위험이 다른 범죄에 비해 매우 높다. 게다가 김근식은 수감생활 중 동료에게 '아이들에게만 성적 충동과 쾌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고 하니 더욱 걱정이다. 성범죄자로서 소아성애자는 일단 아이들을 좋아하고 성적인 관심의 대상이기에 아이들 주변에서 일을 찾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 경비라든지 학교 통학버스 운전기사 등으로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친하고 아이들의 호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사실 어린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아무리 조심하라' 일러도 상황이 조금만 달라지면 쉽게 낯선 이를 따라가고 호의를 베푼다. 외국의 관련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영상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서 아이가 놀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한 남자가 다가간다. 당신의 아이에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도록 주의를 많이 주었는지 물어본 후 '그렇다'고 자신있게 답하는 어머니에게 '실험을 해봐도 되겠느냐'고 묻고 동의를 받는다. 그런 후 그 남자는 작은 강아지를 안고 아이에게 다가간다. 아이에게 강아지랑 잠시 놀게 한 후 남자는 아이에게 말한다. "아저씨 집에 더 많은 강아지가 있는데, 같이 보러 갈까?" 아이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 남자의 손을 잡고 따라간다. 이런 실험은 계속되었고 그것을 본 엄마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물론 김근식은 앞으로의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한 10년 이상 다시 교도소에서 지내야 한다. 출소한 후에도 전자발찌를 차고 경찰의 1대1 감시를 받아야 하며, 등·하교 시간과 밤시간에는 외출이 금지되는 등 추가 조치가 따를 예정이다. 하지만 '열 사람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는 말처럼 범죄 기회는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10년 후 출소한다고 해도 65세로 얼마든지 재범이 가능한 나이다. 얼마 전 80세가 넘은 남성이 학교에 가는 초등학생을 자기 집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을 하려던 사건이 있었듯 성범죄는 나이와 상관없다. 심지어 그 노인 남성은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한 걸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도 재범이었다.

2006년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 혐의로 공개수배된 김근식ⓒ뉴스1

해외 형벌,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우선시해

단 한 번의 범죄에도 희생자는 생기고 아동기의 성폭행 경험은 트라우마로 인해 평생을 힘들게 지내야 하는 끔찍한 일이라 좀 더 엄정한 조치와 대책이 필요하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엄벌에 처해져야 하는 이유는 피해 아동들이 겪을 트라우마와 공포, 성인이 되어서도 연애 같은 성적 관계 맺기의 어려움, 학교와 사회 적응 문제 등으로 너무 심각한 고통을 장기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아동 대상 성범죄의 형벌은 아주 무겁다. 미국은 미성년 성범죄인 경우 최소 25년 징역에서 사형까지 형을 받고, 영국은 13세 이하 미성년자 성폭행은 무기징역, 스위스는 종신형이다. 혹시 감형되어 석방되더라도 사회로부터 격리돼 살도록 한다. 중국이나 이란처럼 공개 처형 방법으로 사형시키는 나라도 있고, 캐나다처럼 화학적 거세를 하는 나라도 있다. 혹자는 '양형이 무거워지면 피해자가 생명을 잃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다른 나라도 미성년 성범죄자에게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우선하는 걸 보면 사실상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 없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성범죄자들에게 생물학적 거세, 화학적 거세, 매건법 같은 강제적 신원 공개, 남성 대상 여성주의 교육 등으로 대처하려 하지만 대개의 경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해 실형보다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가볍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걱정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매건법처럼 신상 공개를 '확인' 용도로 하지 않고, 성범죄자가 실제 사는 곳에 팻말이라도 꽂아 주변의 선량한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성범죄자가 1년마다 자신의 신상을 등록하도록 하며, 이사하면 신고하도록 해서 관리해야 한다. 또 양형기준도 현실적으로 높이고 종신형과 '삼진제' 채택도 고려해 보면 어떨까 한다.

법무부가 이번에는 '보호수용제'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사후 치료감호제' 등의 입법을 고민하는 중이나, 그 이면에는 이중처벌과 범죄인의 기본권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러나 재범률이 높고 피해 양상이 심각하고 장기적인 미성년 대상 성범죄 흉악범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추상같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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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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