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선수’로 급부상한 키움 전병우 “야구 인생 최고의 날”

김경학 기자 2022. 11. 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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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전병우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 | 정지윤 선임기자



“실감이 잘 안 난다. 약간 뭔가 기가 다 빠진 느낌이다.”

키움의 전병우(30)는 지난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전병우는 팀이 4-5로 지고 있던 9회초 1사 2루 상황 김휘집의 타석에 대타로 투입됐다. 상대는 SSG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8회 2사에서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이었다. 노경은과의 통산 상대 타율은 0.125(8타수 1안타)로 다소 약했지만 노경은의 초구를 잡아당겨 역전 투런포로 연결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10번째 대타 홈런이었다. 전병우는 “타격코치님이 타이밍만 잘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가라고 했다”며 “많은 생각 안하고 높은 쪽을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쳤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전 투런포로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 그러나 9회말 SSG 대타 김강민의 솔로 홈런으로 동점이 됐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 대타 홈런이 2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1루수 수비를 보고 있던 전병우는 홈런임을 확인하고 “야구 참 쉽지 않다 생각했다”며 웃었다.

결승타가 날아갔지만 또 기회가 왔다. 연장 10회초 2사 1·2루 상황 전병우는 타석에 섰다. 투수 숀 모리만도와 끈질기게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6구째 낮게 형성된 체인지업을 가볍게 잡아당겨 2루 주자였던 야시엘 푸이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전병우는 “마지막 타석은 ‘9회에 오늘 운 다 썼구나’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들어갔는데, 앞 타석에서 직구 계열을 쳐서 변화구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두 타석 만에 2안타 3타점을 올린 전병우는 팀의 7-6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020시즌 롯데에서 키움으로 팀을 옮긴 내야수 전병우는 올해 좋은 기회를 잡았다. 팀의 ‘간판’이자 주전 1루수였던 박병호가 KT로 떠난 1루 자리, 홍원기 키움 감독은 1루수에 전병우와 김웅빈을 번갈아 출전시켰다. 그러나 지난 4월 김태진이 박동원과 트레이드돼 KIA에서 키움으로 왔고, 시즌 중반부터는 주전 자리를 김태진에게 양보해야 했다.

김태진과 달리 장타력을 보유한 전병우는 주로 경기 중후반 대타로 기용됐다. 올해 정규시즌 대타 타율 0.286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적은 기회였지만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지난달 22일 KT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팀이 0-1로 끌려가던 2회 동점 3루타로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생애 첫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데일리 MVP에 오르는 활약으로 키움의 역대급 ‘미친 선수’ 경쟁에 발을 들였다.

한국시리즈 1차전 뒤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전병우에게 취재진이 ‘야구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봐도 될나요’라고 묻자 그는 답했다. “네, 최고의 날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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