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점검 현장 동행 취재기
‘여자화장실에 카메라 설치… 불법촬영 30대 체포’
불법촬영이 끊이지 않는다. 언론에서 불법촬영 뉴스가 나올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화가 난다. 장성한 두 딸은 화장실 갈 때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두리번거리며 신경 쓰인다고 한다. 혹시 불법촬영 기기가 있지 않나 보게 되는 것이다. 경찰과 시민이 불법촬영을 뿌리 뽑기 위해 나섰다. 불법촬영은 어떻게 점검할까? 경기도 안양시 첨단교통과 협조를 얻어 그 현장을 따라가 봤다.
지난 10월 26일 오후 2시, 석수도서관에 도착했다. 시민 점검반 4명과 만안경찰서 경찰 2명이 함께 했다. 점검반은 불법촬영을 점검하기 위한 기기를 손에 들고 있다. 그리고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반’이라고 쓴 파란 조끼를 입고 있다. 최은도 경위 등 경찰관 두 명은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를 갖고 왔다. 이렇게 6명(이하 점검반)이 도서관 화장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하겠습니다!”
화장실 앞에서 큰소리로 알린 후 점검이 시작됐다. 화장실 문을 열고 변기는 물론 주변 구석구석을 점검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불법촬영 기기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찾아내기 위한 점검반 기기도 첨단화되고 있다. 전파 탐지기는 카메라에서 나오는 무선주파수를 탐지한다. 탐지 대상 공간 내 의심스러운 물품이나 구멍 등은 눈으로 꼼꼼히 확인한다.
공중화장실은 칸막이 아래 공간이 있다. 이런 공간을 통해서도 은밀하게 불법촬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전파 탐지기는 물론 전자파 탐지기로 동시에 점검한다. 전자파 탐지기는 적색 LED로 설치된 카메라 렌즈를 탐지한다.
경찰은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로 화장실 칸마다 점검한다. 두 개의 모니터로 화장실을 두루 비추며 촬영 기기가 있는지 확인한다. 경찰 얘기를 들어보니 열과 렌즈를 동시에 감지한단다. 장비가 어떤 원리로 불법촬영 기기를 발견하는지 몰라도 경찰이 이렇게 점검하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불법촬영이 발생하는 장소는 화장실, 버스, 지하철, 목욕탕, 숙박업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점검반의 점검 장소는 총 334개소다. 2021년 기준으로 총 3298회를 점검했다. 화장실이 대부분이다. 이중 특별 관리하는 장소가 있다. 불법촬영 범죄 발생률이 높은 중심 상가나 전철 역사다.
안양시 석수도서관 점검을 마친 점검반은 인근 관악역으로 이동했다. 점검반은 차량으로 이곳저곳을 돌며 점검한다. 관악역은 특별관리지역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꼼꼼한 점검이 필요한 곳이다. 관악역 2층에 있는 화장실부터 점검한다. 여자 화장실 출입문 왼쪽에 여성 안심화장실과 사진 동영상 불법촬영 금지 스티커가 불어 있다.
점검반은 화장실에 들어가 점검을 시작한다. 역무원도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넨다. 앞서 도서관에서 했던 것처럼 점검반은 차례대로 화장실 칸마다 점검한다. 점검을 마친 후 경찰은 화장실에 불법촬영 스티커도 붙인다. 불법촬영을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경고가 쓰여 있다.
관악역사 화장실에는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카드가 비치되어 있다. 경찰이 비치한 것이다. 카메라와 플래시를 빨간 탐지카드로 덮은 뒤에 플래시를 켜고 영상 촬영을 누르면 된다. 불법촬영이 의심되는 곳을 찍으면서 카메라를 여러 각도로 움직여 점검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물체가 있다면 불법촬영 카메라일 수 있다.
공중화장실에서 누군가 불법촬영을 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카메라를 발견하면 즉시 112로 신고하면 된다. 2019년 1월부터 경찰과 안양시가 합동점검을 한 이후 지금까지 불법촬영 사례를 발견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반’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곳곳을 누비며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경각심을 갖게 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점검반은 일주일에 5일 점검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점검한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점검해도 점검해야 할 곳이 많다.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 같은 건물의 화장실을 점검하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다중이 이용하는 화장실 등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자주 점검한다.
불법촬영 점검반 김희자 주무관은 “저는 두 딸을 키우는데요, 딸을 불법촬영으로부터 지킨다는 마음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한 번도 불법촬영 사례를 발견한 적은 없는데요, 저는 불법촬영을 적발한다는 마음보다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불법촬영이 없어지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불법촬영 점검을 나온 안양 만안경찰서 최은도 경위는 “불법촬영을 하는 사람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습니다. 그래서 불법촬영자는 엄벌에 처하는 것입니다. 경찰과 시민이 다 찾아내니 호기심이라도 불법촬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몰카’(몰래카메라)도 이벤트나 장난 등의 의미가 커서 지난 2017년부터 ‘불법촬영’으로 용어를 변경했다. 경찰은 지하철, 공공장소, 화장실, 탈의실 등에서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남의 신체를 몰래 찍는 행위는 악성 범죄로 처벌한다.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반드시 뿌리 뽑혀야 한다. 오늘도 불법촬영을 점검하고 있는 시민 점검반과 경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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