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데이터를 장악하는 자 디지털 시대를 지배한다
중국 최대 PC 기업인 레노버가 정보통신(IT)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 방안 1순위를 디지털 전환에 두면서 레노버의 기업 간 거래(B2B) 중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레노버 인프라스트럭처솔루션그룹(ISG)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1984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직원 10명으로 출발한 레노버는 2005년 IBM PC 부문을 인수하면서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2014년에는 IBM의 x86 서버 사업부를 인수하며 기업용 인프라 시장 진출에 뛰어들었다. 현재 레노버는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레노버 ISG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이를 다른 기업에 빌려주는 클라우드·에지 컴퓨팅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서버와 저장장치를 두지 않고 외부에 아웃소싱해 쓰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은 예상치 못한 트래픽 폭주를 우려해 과도한 설비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를 클라우드와 같은 중앙 집중식 데이터센터로 보내지 않고 데이터가 발생한 현장 혹은 근거리에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대용량 데이터를 발생지 주변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해 시간이 단축되고 인터넷 대역폭 사용량이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레노버ISG는 고객사에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 셈이다.
레노버 ISG는 기업과 기관에 슈퍼컴퓨터를 공급하는 등 고성능컴퓨팅(HPC)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톱 500 슈퍼컴퓨터' 리스트에서 레노버 ISG는 시스템 구축 대수를 기준 점유율 36%로 1위를 차지했다. 레노버 ISG는 2019년 한국 기상청에 세계 23번째, 24번째 높은 성능을 지닌 슈퍼컴퓨터를 공급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일기예보를 하고 기후변화 연구를 할 수 있게 했다. 기상청에 공급한 이 슈퍼컴퓨터의 에너지 소모 비용은 기존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성능은 8배 향상됐다. 다음은 레노버 ISG 사업을 총괄하는 커크 스카우겐 사장과의 일문일답.
―레노버 ISG가 한국 시장에 대해 가진 비전과 철학을 소개해달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데이터는 새로운 화폐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IT 의사결정권자는 새로운 화폐인 데이터를 융통하는 은행가 역할을 한다. 기업은 생존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레노버 ISG의 전략은 '데이터 중심'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든 기업과 사용자가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 레노버 ISG는 고객사의 선택을 받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여러 기업에 스마트한 인프라를 공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시장만이 갖는 특징은 무엇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은 IT 혁신 선봉장에 있으며 첨단 기술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다. 한국 기업은 뛰어난 역량을 통해 높은 가치를 창출하며 이를 바탕으로 레노버 ISG는 한국에서 사업 성장동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맞춤형 IT 인프라 솔루션과 서비스를 출시했다. 레노버 ISG는 디지털 혁신 흐름 가속화에 맞춰 중소기업의 지능형 혁신 성공과 성장을 지원하고자 한다.
―경쟁사들과 비교해 레노버 ISG 고성능 컴퓨터의 장점은 무엇인가.
▷레노버 ISG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약 180개의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시장점유율의 36%에 해당한다. 레노버 ISG가 고성능 컴퓨터 부문에서 이룬 성과는 경쟁에서 앞서는 데 도움이 된다. 고객 중심의 접근이라는 레노버 ISG의 철학은 고객의 열망과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고객이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함으로써 인류의 중대한 과제들을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다.
지난 2월 레노버는 '트루스케일' 서비스형 고성능 컴퓨팅(HPC)을 공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은 직접 고성능 컴퓨터를 구축하거나 소유할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고, 모든 규모의 조직에 슈퍼컴퓨팅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속 연산 컴퓨터가 대규모로 집적된 시스템은 운영할 때 최대 용량이 필요하다. 컴퓨팅과 스토리지(저장소) 사이클에 대한 급격히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기업 업무를 구동할 수 있는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기 어렵다. 레노버의 슈퍼컴퓨터 시스템 '트루스케일 HPCaaS'는 추가 용량을 제공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연구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했다. 또 학계·제약·제조·의료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통찰력을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성능뿐 아니라 레노버의 유지·관리 서비스는 또 다른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다. 레노버는 서버·스토리지와 네트워킹 장치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직이 기술적인 전문지식과 모범 사례에 빠르게 접근해 인프라 관리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셈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지속해서 유지·관리하도록 지원한다. 상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통해 레노버 고객은 보다 중요한 사업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나 기관에 슈퍼컴퓨터를 공급한 사례를 소개해달라.
▷레노버ISG는 2019년 한국 기상청에 두 대의 슈퍼컴퓨터를 공급하고 지난해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레노버가 제공한 마루(Maru)·구루(Guru) 슈퍼컴퓨터를 통해 한국 기상청은 컴퓨팅 성능을 최대 50페타플롭스(1초당 10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성능 단위)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 속도와 에너지 효율성 또한 각각 8배, 4배 개선했다. 현재 마루와 구루는 전 세계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톱 500 리스트 중 23, 24위로 등재돼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극심해지고 정확한 날씨 예측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상청 연구원들은 레노버ISG 슈퍼컴퓨터로 보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됐다.
―레노버ISG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지원하나.
▷흥국화재해상보험은 10년 정도로 오래된 고객 서비스 플랫폼을 레노버의 솔루션으로 재구축했다. 기존 인프라는 보안 리스크가 높았는데, 레노버ISG가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흥국화재해상보험은 금융 클라우드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데이터 보안을 확보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또 레노버ISG는 인프라가 일관된 성능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해 흥국화재가 고객 서비스를 연중무휴 빠른 속도로 제공할 수 있게 했다. 흥국화재는 고객 수요가 높을 때 단기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신속한 확장성을 확보했다.
국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분야의 공급 업체인 티맥스데이터는 고품질 레노버 서버 도입을 통해 기업 운영에 핵심적인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했다. 레노버는 티맥스데이터 소프트웨어와 레노버ISG 싱크시스템 서버 결합 기반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해 높은 처리 성능과 안정적인 데이터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정보기술(IT) 시장이 어떻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시장은 2025년까지 2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노버는 이러한 정보통신기술 시장의 무궁무진한 기회를 활용할 계획이다. ISG는 사물인터넷(IoT) 장치와 분산·중앙형 데이터 통신 처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와 관련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다. 수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내부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만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AI 에브리웨어' 서비스를 구현하도록 책임질 것이다.
한편 '애즈 어 서비스'(서버·통신망 장비·스토리지 등을 대여한 뒤 사용한 양에 따라 요금을 받는 체계) 모델은 기업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와 IDC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애즈 어 서비스 모델은 연평균 성장률 40%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업용 주류 서버와 데이터 저장 장치를 구축해 장비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무형 서비스로 받는 비중이 높아져서 각각 기존의 소유형 인프라의 12%, 50%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노버ISG의 기업용 인프라 임대 서비스인 '트루스케일'은 확장성이 뛰어난 클라우드 방식의 간편한 소비 모델에 기반해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포함한 이용료를 예측할 수 있다.
―고성능컴퓨팅(HPC)은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
▷컴퓨팅 시스템의 혁신으로 우리는 엄청난 장애물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레노버ISG는 전 세계와 우주에 대한 이해를 기하급수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레노버 슈퍼컴퓨터는 자동차나 항공기 설계, 유전 탐사, 재무 위험 평가, 유전체 매핑(mapping), 일기 예보와 기초 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전체학을 예로 들면, 유전체 매핑은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질병에 대한 취약성, 치료에 대한 잠재적인 반응 등 다양한 통찰력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체 1개에 포함된 2만~2만5000개의 유전자 지도를 수립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고성능컴퓨팅 성능이 요구된다. 레노버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 중 유전체학 연구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정보처리시스템 GOAST(Genomics Optimization and Scalability Tool)는 단일 유전체를 처리하는 시간을 150시간에서 48분 미만으로 줄여 연구자들이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생명을 구하는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원한다. HPC는 기초 연구에서 농업, 바이러스학 그리고 정밀 의학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분석을 거쳐 영향력 있고 생명을 구하는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레노버ISG의 HPC가 유전체학 연구에 도움이 된 사례가 있는가.
▷레노버ISG는 비용 효율적인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기후, 재해, 재난, 바이오 분석 등의 연구에서 인류의 중대한 도전 과제 해결을 지원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 정밀의료 프로젝트 '지놈아시아 100K'는 다양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인구집단별 질병과 약물 부작용 발현 유전자 변이를 연구하고 치료법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연구 주체인 싱가포르, 미국, 한국, 인도의 대학과 기업에서는 방대한 규모의 아시아 인구 유전체 데이터 분석에 레노버의 HPC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레노버ISG의 실적은 어떠한 변화를 보였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산업군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며 지난 2년 동안 IT 업계는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전 세계 IT 시장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 11%를 기록해 올해 9조달러, 2026년에는 14조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노버ISG도 IT 업계의 높은 성장 기회를 활용해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레노버ISG는 지난해 회계연도 동안 산업의 공급망 제약 문제에 대응해 전년 대비 13% 증가한 매출 71억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억37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 2분기에는 ICT 인프라 시장의 강력한 성장세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레노버ISG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한 20억달러를 돌파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 사업 부문과 서버, 스토리지 사업 부문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레노버ISG가 미래를 위해 마련한 전략은 무엇인가?
▷레노버는 향후 3년간 연구개발 투자 규모 2배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ISG 사업부는 '클라이언트―에지(기업 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공장·지사 등의 자산 인근에 위치한 인프라)―클라우드―네트워크―인텔리전스'라는 새로운 정보기술 체계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혁신을 달성할 것이다. 레노버ISG는 몇 년 전 서버 기업에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와 관련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이 구축하고 소유하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소유형·임대형 인프라 제공 기업으로 진화했다. 레노버의 소유형·임대형 솔루션으로 기업은 높은 품질의 인프라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레노버ISG의 고객군 범위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에서 대·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이러한 광범위한 고객을 지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레노버는 전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고객 가치를 향상하며 보안, 안정성, 민첩성 및 유연성에 대한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킨다.
―레노버의 스토리지(저장소) 솔루션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2020년 1분기에서 3분기 사이 레노버ISG의 엔트리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은 5%에서 10%대 초반으로 두 배 증가했다. 스토리지 제품은 하이엔드, 미드레인지, 엔트리 레벨로 나뉘는데, 엔트리는 중소기업 업무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같은 기간 레노버ISG의 엔트리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은 4위에서 2위로 올랐다. 재택근무의 등장으로 기업이 스토리지를 쉽게 관리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스토리지를 확장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출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2년 동안 기업은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관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레노버ISG는 안정적인 싱크시스템 서버와 최첨단 데이터 관리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를 제공해 고객사가 분석 작업과 AI 활용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고객이 장비를 가동하지 못하는 시간(다운타임)을 낮추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쓰는가.
▷성능과 가동 시간은 서버 다운타임을 방지하는 핵심 요소다. 한 시간의 다운타임으로 인해 기업은 최대 30만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레노버ISG는 품질과 안정성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 레노버ISG의 서버 솔루션은 성능, 다양한 스토리지 구성, 다양한 연결과 보안 옵션, 보다 방대한 양의 기업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향상된 집적도를 제공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레노버의 서버 안정성이 7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레노버ISG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레노버ISG는 고객의 스마트 혁신을 가능하게 만들고 인류의 중대한 과제 해결을 돕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레노버ISG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첨단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통합하고 제공하고 있다. 레노버는 광범위한 스마트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사물인터넷, 에지 컴퓨팅, 클라우드, 5G, AI 같은 핵심 기술 부문 투자를 통해 선도적인 입지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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