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고'로 용어 통제해도… 언론은 '참사'로 썼다

장슬기 기자 2022. 11. 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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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참사'가 아닌 '사고'로 용어를 통제하기로 했지만 언론사들은 '이태원 참사'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는 1일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JTBC는 이렇게 보도합니다"란 글을 통해 "JTBC는 이태원 참사 보도 초기부터 유가족과 생존자의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내부 보도 원칙을 세우고 지켜왔고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노출되는 장면이나, 참사 순간 등의 영상을 쓰지 않아왔습니다. 또 사고 직전 영상을 쓸 때도 현장음은 소거한 채로 사용했다"며 "이런 원칙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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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이태원 '참사' 아닌 '사고'로 용어 통제 지시…주요방송사 일간지 등 모두 '참사'로 표기
1일 메인뉴스 2일 조간, '압사' 위험 신고 무시한 경찰 비판…한경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용어 정리"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참사'가 아닌 '사고'로 용어를 통제하기로 했지만 언론사들은 '이태원 참사'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가 지난 1일 행정안전부 비공개 문건을 통해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고'로 명칭을 통일하고 객관적인 용어를 쓰도록 지자체 등에 전달했다고 보도했고, 실제 이날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희생자', '피해자' 대신 '사망자', '부상자' 등의 표현을 쓴다며 “명확하게 가해자나 책임이 나오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 '참사 희생자' 아닌 '사고 사망자' 용어 통제에 대통령 질의응답 중단까지]

이 사실이 알려졌지만 언론에선 '이태원 참사'로 표기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저녁 주요 방송사 메인뉴스를 보면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모두 '이태원 참사'라고 뉴스를 전했다. 세 방송사는 모두 첫 리포트로 지난달 29일 토요일 사고가 나기 약 4시간 전부터 이태원 거리가 위험하다는 112 신고가 11건 들어온 사실과 신고자들이 “압사당할 것 같다”, “너무 소름 끼치는 상황”이라며 경찰의 도움을 간절하게 요청한 신고내용을 보도했다.

TV조선·JTBC·채널A·MBN 등 종합편성채널도 이날 저녁 메인뉴스에서 모두 '이태원 참사' 또는 '이태원 압사 참사'라고 보도했다.

JTBC는 1일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JTBC는 이렇게 보도합니다”란 글을 통해 “JTBC는 이태원 참사 보도 초기부터 유가족과 생존자의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내부 보도 원칙을 세우고 지켜왔고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노출되는 장면이나, 참사 순간 등의 영상을 쓰지 않아왔습니다. 또 사고 직전 영상을 쓸 때도 현장음은 소거한 채로 사용했다”며 “이런 원칙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방침에 덧붙여, 사고 직전·직후의 촬영 영상 중 논란 소지가 있는 장면은 공익을 위해 정확히 해당 내용을 다뤄야 하는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기자를 연결하거나 출연자가 나올 때에도 사고 전후 영상을 자료 화면으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 위에서부터 SBS, MBC, TV조선, JTBC 방송사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특히 MBC, SBS, TV조선, JTBC 등은 방송사 홈페이지 첫 화면을 검은 배경으로 만들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다음날인 2일 주요 조간들도 '이태원 참사'로 보도하며 경찰의 초기대응 문제를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다음은 이날 아침신문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압사당할 것 같아요” 4시간 전부터 신고…경찰은 뭉갰다'
국민일보 '“압사당할 것 같아요”…4시간 전부터 경찰에 11건 신고'
동아일보 '“압사 위험” 4시간전부터 신고…경찰 조치 없었다'
서울신문 '“압사당할 것 같아요” 11차례 신고 쏟아졌다'
세계일보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신고 빗발'
조선일보 '“압사당한다” 4시간전부터 신고…경찰은 방치'
중앙일보 '경찰, 11번 신고받고도 참사 못 막았다'
한겨레 '“압사당할 것 같다” 4시간 전 알고도 경찰은 묵살했다'
한국일보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 SOS 쏟아졌다'

▲ 중앙일보 2일자 1면 톱기사
▲ 2일자 세계일보 1면 톱기사

9개 일간지가 모두 경찰이 '압사' 위험에 대해 신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내용을 가장 비중있게 다루며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못했던 '참사'란 사실을 비판했다. 정부의 용어 통제 시도가 더욱 무책임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경제 장강호 사회부 기자는 2일자 취재수첩 “'참사'를 '사고'로 용어 통일하자는 정부”에서 “정부가 참사의 성격을 '단순 사고'로 규정하고 책임에 거리를 두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라며 “정치권은 물론 정부 스스로 '추모가 먼저'라고 선언한 상황이라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용어 정리부터 서둘러 나설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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