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상첫 NLL 이남에 탄도미사일 도발···울릉도엔 공습경보·주민대피
한미 '비질런트 스톰' 훈련 관련 대응 차원인 듯
군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도발·단호히 대응"
북한이 2일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한미군사훈련에 비난 강도를 높이다가 처음으로 NLL이남에 탄도미사일을 쏜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군사적 도발 역시 그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8시 51분께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포착했으며 이 중 1발은 동해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은 NLL 이남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에 낙하했다. 공해상이기는 하지만 영해가 기준선에서 12해리(약 22km)임을 고려하면 영해에 대단히 근접해 떨어졌다. 군 당국은 정확한 사거리,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직후 경북 울릉군 지역엔 "가까운 지하 대피시설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공습경보가 민방공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발령됐고, 실제 일부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군은 추가적 상황을 포착하고 경계태세 및 화력대기태세를 격상해서 대응 중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이런 북한의 도발 행위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감시·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히 공조하면서 엄정하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31일 시작한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해병대 스텔스 전투기 F 35B 4대가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스톰’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반도에 착륙했다. 좀처럼 노출하지 않던 미국 핵추진잠수함 키웨스트함(SSN 722·6000톤급)도 때마침 부산 앞바다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F 35B가 한국에서 전개되자 북한이 “보다 강화된 다음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며 제7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등 위협 강도를 한층 높이면서 남북 간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양상이다.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전날 미 해병대 제242 전투기 공격비행대대(VMFA 242)가 운용하는 F 35B 4대가 주일 미군 기지에서 이륙해 전날 군산 기지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F 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지상기지에서만 전개할 수 있는 F 35A와 달리 지상은 물론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 등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는 만큼 유사시 다양한 환경에서 출격할 수 있다. 실제 양국은 이번 훈련 기간에 역대 최대 규모인 1600여 소티(출격 횟수)를 계획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최근 잇따른 무력시위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북한에 강한 경고를 보낼 방침이다.
같은날 미 국방부도 “로스앤젤레스(LA)급 공격용 잠수함 키웨스트함이 지난달 31일 부산항에 도착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의 일환으로, 계획된 항구 방문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키웨스트함은 1987년 취역한 LA급 35번 핵추진잠수함으로 수중 배수량이 6900톤에 달한다. 사거리 2500㎞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UGM 109)을 수십 발 탑재하는 등 한반도 유사시 전개되는 미국의 대표적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이번 훈련 첫날이던 지난달 31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올해 들어와 연중 매일 같이 벌여놓고 있는 대규모 전쟁연습 소동으로 조선반도(한반도)는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도수가 가장 고조된 열점으로 됐다"며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일엔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조선노동당 비서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 "미국과 남조선(남한)이 우리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강화된 다음 조치’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사실상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가정을 달기는 했지만 결국 7차 핵실험,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ICBM 발사 후 미국의 반응을 봐가면서 핵실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6차 핵실험 때와 유사한 패턴의 담화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6차 핵실험 직전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왔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 당국자의 입에서 숱한 위협 발언과 담화가 나왔던 상황이 데자뷔처럼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6차례 쐈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한 것이 언론에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15번째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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