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압사 신고에도 방치…대체 누구를 믿나" 시민들 분노

최성국 기자 정다움 기자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2022. 11. 2. 10: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고 4시간 전부터 '112신고' 쏟아졌는데…경찰 안일 대응
정부 책임자들 잇따른 발언 물의…경찰 내부 자성 목소리도
1일 오전 광주 서구 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 모습. 2022.11.1/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정다움 이수민 이승현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부터 접수된 시민들 신고에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광주·전남 합동분향소의 분위기가 희생자 '애도'에서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

안일한 대응이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정부 책임론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 발언, 외국인 사망자에 대한 긴급브리핑 중 한덕수 국무총리의 농담 등의 이슈가 더해져 울분을 키우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경찰의 안일 대응을 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을 공개하고 지난달 29일 오후 6시35분쯤 사고 우려와 관련된 첫 신고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첫 신고자는 "좁은 골목인데 사람들이 엉켜서 잘못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 진입로에서 인원통제 등 조치를 해줘야 될 것 같다"고 신고했다.

이후 사고 발생 전까지 10번의 신고가 더 있었지만, 경찰은 4번만 현장에 출동했고 신고 지점 주변의 사람들을 해산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다.

신고 녹취록 11건에는 '압사'라는 단어가 총 9차례 언급되고, '사람이 너무 많아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확실히 포함됐다.

이같은 상황에 사망자 유족들은 경찰의 안일 대응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를 불렀다'며 규탄하고 있다.

전날 장성에서 발인을 마친 19세 여성 사망자의 유족은 "사람이 몰린다는 신고가 초저녁부터 들어왔다는데 그때부터 통제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또 다른 사망자의 유족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표시하라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등 책임회피에 급급한 정부의 모습은 유족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다. 이게 나라냐. 정부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도 정부의 안일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날 동구 5·18민주광장 시민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김하정씨(41)는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일상 생활을 해야 하는 거냐. 처음에는 단순 안타까운 사고인 줄 알았는데 신고를 해도 도와주지 않은 경찰의 대응이 사상자를 키운 것과 다름없다"며 "사망자 중 외국인도 많은데 국가 2인자이자 재난컨트롤타워 수장인 국무총리는 '이태원 참사' 브리핑 중 농담까지 했다. 정부만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시민 송기진씨(55)도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정부는 책임 회피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급박하게 도움을 청했던 시민들을 외면하고 인파가 10만명 이상 몰릴 것을 알면서도 경찰력을 추가 동원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이 일을 할 정부가 오히려 숨기기 급급하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광주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안일 대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경찰청 소속 B경감은 "지역마다 신고접수 건수와 근무하는 인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통상 일선 지구대에 10~15명의 경찰이 근무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상황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중 밀집을 알고 있었다면 청 단위에 나서서 사전에 추가 인력 배치를 했어야 했다. 내부에서도 책임을 물 사람으로 말단 직원인 지구대를 겨냥하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며 울분을 토하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한 지구대 소속 C경위는 "이건 지구대의 문제가 아닌 '현장 상황 판단'을 못한 경찰 윗선의 문제다. 112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서장급 이상의 지휘부 중 1명이라도 대처나 분석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면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신고 접수 내역은 상황실 등으로 무조건 보고되는 구조인 반면 하부조직은 절대 지휘부의 판단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기 떄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일선 경찰관은 "주말을 앞두고 여느때와 다름 없이 이태원 인근에서 들어오는 가벼운 민원이라고 생각해 경찰이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며 "핼러윈으로 사람이 몰릴 것은 누구나 예상했을텐데 정해진 매뉴얼대로 지시를 내린 것이 하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T자 골목에 인력을 투입해 일방통행을 지시했더라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면서 "행안부 장관의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는 발언도 너무나 경솔했다. 거두절미하고 사과가 먼저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