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나 짓자? 현실은 좌절···'농업 프랜차이즈 있다면'

주영재 기자 2022. 11. 2. 1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작업 지시 자동화하는 김민석 AIS 대표

[주간경향] “농사나 지어야겠다.” 직장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이 가끔 반농담 삼아 하는 말이다. 농사의 현실을 알게 되면 쉽게 꺼낼 말이 아니다. 1㏊(3000평)의 땅에 감자를 심는다고 가정해보자. 농지 임차비용 300만원(평당 1000원), 퇴비 구매비용 162만5000원(평당 540원), 종자 비용 288만원(평당 960원), 선별작업 인건비 201만원(평당 670원) 등 생산비용이 모두 2101만원이 든다. 1평당 8㎏의 감자를 수확해 1㎏당 1000원에 판다고 하면, 24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생산비를 빼면 고작 300만원 정도가 순소득으로 남는다.

감자를 남쪽 지방에선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수확할 수 있다고 해도 연간 소득은 6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도시근로자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18만8000원이다. 한 해 감자 농사를 지어도 도시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8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임대 비용을 줄이려고 자산을 매입한다면 초기 투자금만 토지 구입비 6억원(평당 20만원)을 포함해 7억원 가깝게 든다. 구매 비용을 충당하는 데만 28년이 걸린다. 대출이자와 기름값, 거주비, 세금 등은 반영하지 않은 조건이다. 그마저도 농사가 잘 되고, 제때 인력을 쓸 수 있고, 생산물 가격이 유지된다는 수많은 가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민석 AIS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강연에서 맞춤형 재배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잘키움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1인당 경작면적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

“불확실성과 고비용, 저효율, 저수익성이라는 농업의 특성 탓에 농업을 쉽게 생각하고, 농사나 짓자 이런 식으로 귀농을 선택하면 절대 안 됩니다.” 지난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강연에서 김민석 AIS 대표는 “꿈꾸는 농업과 현실의 농업은 굉장히 다르다”라면서 감자 농사를 예로 들어 농업의 현실을 설명했다. “귀농인 중 다시 도시로 회귀하는 역귀농 비율이 8.6%(2019년 농촌경제연구원 조사)라고 하지만 현장에선 거짓말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김 대표는 역귀농 비율이 오히려 86%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그 주된 이유는 소득 부족(64.7%·2014년 충남농업기술원 조사)이라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웬만한 건 자급자족을 하고, 외식을 할 기회도 적기 때문에 도시보다 생활비 지출이 적다. 그럼에도 한해 소득이 몇백만원 수준이라면 견디기 어렵다. 현금 자산이 많거나, 농촌 생활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농촌의 삶은 고달파진다. 결국 귀농인 유입은 제한된 상황에서 농가의 인구는 점점 줄어 지난해 기준 221만명까지 내려갔다. 경작지 면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 1인당 재배면적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여기에다 고령화로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줄고 있다. 농업 은퇴기라고 할 수 있는 70세 이상 농업 인구 비율이 45%를 넘는다. 통계청의 농업면적조사에 따르면 휴경면적이 2014년 3만9733㏊에서 2020년 6만3032㏊로 늘고, 같은 기간 식량작물 경지 이용률은 63.4%에서 59.7%로 줄었다.

땅을 놀리는 건 낭비라는 생각에 고령의 농민들은 직접 농사일을 하기보다는 농작업을 대행하는 업체에 농사를 맡긴다. 본인들은 파종 시기나, 비료와 농약을 주는 시기와 양, 수확 시기 등을 지시하고, 농산물을 판매하고 남은 금액을 나누는 형태로 수입을 올린다. 주변 농가에 땅을 팔거나,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영농 은퇴자도 많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니 다시 누군가에게 농사를 맡기게 된다. 대농이 아닌 한 농민들에게는 농업이 부업이 되고, 대신 농작업을 대행하는 시장이 커진다.

농가의 재배 면적이 커지고, 영농 대행이 느는 변화는 김민석 대표가 볼 때 불가피하고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국내 농업은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이 1.5㏊(4500평)로 작아 농업 선진국에 비해 규모의 경제 실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감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쌀값도 4~5위 수준에 있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김 대표는 1인당 경지면적이 50㏊ 정도는 돼야 연 소득이 4억원 정도로 보조금 없이도 농가가 자립할 수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농가 소득이 20년째 정체되고 있고, 농가 소득도 대부분은 보조금을 포함한 농외 소득”이라면서 “농업이 자립하려면 농가 수가 줄고, 경지면적을 늘려야 하는데, 이 문제는 (고령화로)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파밍으로 농업의 미래 그린다

우리나라 전체 농업 생산량 11조원 중 농작업 대행으로 이뤄지는 규모가 이미 약 3조2000억 정도에 달한다. 김 대표는 농업 인구가 줄고, 농작업 대행 시장이 커지면서 농작업 자동화의 필요성이 커지리라고 전망한다. “농작업을 대행하시는 분들이 작물의 생육 반응을 잘 알아서, 어떤 상황일 때 어떤 농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건 아니에요. 그분들은 단지 농가에서 밭을 가는 깊이나 이양 간격, 수확 시기 등을 알려주면 그에 따라 작업을 수행할 뿐입니다. 농가가 줄면서 점점 다양한 환경의 다양한 작물을 대상으로 농작업을 대행해야 하는데, 그분들에게 그때마다 최적의 생산량을 낼 농작업 지시가 필요해지는 거죠.” AIS코리아와 같이 노지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농작업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AIS와 같은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농민 대신 농업의 의사결정을 할 ‘머리’가 되고, 농기계를 보유한 농가나 농업회사법인, 일부 지역 농협이 농작업을 대행하는 ‘손발’이 된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 기상 데이터, 토양 데이터, 시비 데이터, 농작물 품종에 따른 생육 데이터 등이 필요하다. “적정한 스트레스를 줄 때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벼의 경우 이앙을 하고 난 후 새끼를 치는데 그중 일부만 이삭을 맺어요. 이삭이 낱알로 연결되는 걸 유효분할, 낱알이 열리지 않은 걸 무효분할이라고 하는데 적절한 스트레스가 무효분할의 수를 줄이고, 낱알의 무게와 개수를 늘어나게 합니다. 농업은 상대성이 강합니다. 환경 조건에 따라 작물 생육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동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그게 우리가 갖고 있는 핵심기술이기도 합니다.”

김 대표는 미래농업의 핵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을 잘 키워낼 수 있는 재배기술과 이를 실현할 기계화에 있다고 본다. 농작업 대행을 농민 없이 수행하게 하는 것이 AIS의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농업 생산과 판매까지 가치사슬 전 단계에서 수평적·수직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재 공급업체, 농산물 중개업체와 협업하고, 농작업 수행조직에 농작업 지시를 내리고 그 결과를 평가해 다시 최적의 재배기술로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김 대표는 “농업의 프랜차이즈화가 우리가 그리는 최종 그림”이라면서 “요즘 문제가 많아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프랜차이즈 파밍이라는 말엔 농업에 뜻이 있는 분들이 농촌에 살면서 생산부터 수확·판매까지 작물을 편하게 재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