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 회장 “K치킨으로 치킨 본고장 美 시장 정조준⋯1500종 레시피 개발”
[Interview] 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 회장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전지현이 한국의 ‘치맥(치킨과 맥주의 줄임말)’을 유행시키며 중국에서 치맥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인기 K팝그룹 BTS와 ‘오징어게임’ 같은 K콘텐츠의 세계화로 K푸드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외식 브랜드 2위에 오르고, 해외 유명 백화점 식품관에 한국 식품 코너가 생기는 등 세계인의 혀끝에 K푸드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K푸드 경쟁력을 콘텐츠의 힘 하나에만 의존할 순 없다. ‘이코노미조선’이 학계와 식품 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K푸드의 세계화 성공을 위한 조건을 물어본 이유다. 우리보다 먼저 세계화에 성공한 J푸드(일식)의 사례에서 현지화, 고급화, 차별화라는 세 가지 성공 키워드를 배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K푸드의 경우, 한식의 단점인 긴 조리 시간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밀키트 같은 푸드테크(첨단 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유통 고도화)가 K푸드 확산과 함께 주목받는 배경이다. [편집자주]
“치킨(기름에 튀긴 프라이드 형태)은 본래 미국에서 시작한 음식이다. 우리는 이것을 한국적인 맛으로 발전시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제 K치킨은 어엿한 K푸드(한식)가 됐다.”
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이하 BBQ) 회장은 10월 14일 서면 인터뷰에서 K치킨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는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독일, 말레이시아 등 57개국에 진출했다. 2021년에는 글로벌 외식업 전문지인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Nation’s Restaurant News)’가 선정한 미국 내 500대 외식 브랜드에 국내 업체 최초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 6월에는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외식 브랜드 25위’ 중 2위에 이름을 올렸다. BBQ에 따르면, 2021년 BBQ의 미국 사업 매출은 7300만달러(약 1067억원)로, 2020년(3300만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윤 회장은 “무엇보다 한국식으로 차별화된 BBQ 치킨의 맛과 품질을 세계 어디에서나 유지한 것이 가장 큰 인기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BBQ 치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국적인 ‘맛’을 유지하면서, 현지에서 맛볼 수 없는 차별화된 맛을 선보인 것이 그 비결이다. BBQ는 특정 국가에 진출하기 전 본사의 매장 운영 전문가와 식품 연구원을 그곳에 파견해 현지 식문화를 조사하고 분석하도록 한다. BBQ 제품의 품질은 유지하되, 현지인의 입맛에 맞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개량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일환으로 2000년 경기도 이천에 치킨대학을 설립했고 그 산하에 ‘세계과학식문화연구원’을 출범시켰다. 이곳에서 3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이 지금까지 약 1500가지의 치킨 요리 레시피를 개발했다.”
K콘텐츠 인기 때문은 아닌가.
”많은 분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같은 K팝 가수들,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미나리’ 등 K콘텐츠의 세계적인 확산과 인기 덕에 K푸드가 세계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K콘텐츠가 K치킨 인기 확산의 점화 역할을 한 건 맞지만, K콘텐츠가 알려지기 오래전부터 이미 BBQ는 세계 곳곳에 K치킨의 맛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K치킨 확산을 위한 ‘점화 플러그(가솔린엔진 따위에서 혼합가스에 점화하는 장치)’를 만든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러한 노력과 K콘텐츠 확산이 동시에 영향을 준 것이다.”
주력하는 해외 시장은.
”미국 시장이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저지,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내 20개 주에 총 1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작 직전인 2019년(58개)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늘었다. 해외 매장(500개)의 약 30%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추가로 미국 내 오픈 예정인 매장만 100개다. 여기에 미국 전역에서 최근 400여 명이 가맹점 신청을 한 상태다. 내년쯤 되면 미국 내 매장 수가 6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수준의 약 네 배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왜 미국 시장에 힘을 쏟는 건가.
“미국 시장에서 치킨 브랜드로 인정받으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성공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 시장에서 어떤 점이 통한 건가.
”BBQ 치킨은 프리미엄 카페나 치킨&비어(맥주) 호프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현지 상권 상황과 고객 니즈에 맞춰 현지화하고 있다. 다른 해외 진출국과는 달리 미국의 경우 각 지역에 본부를 두고, 지역본부가 해당 지역에서 매장을 직접 개설하도록 했다. 영업망을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미국인을 고객으로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한국의 양념치킨이었다. 프라이드 치킨은 너무 보편적인 반면, 달콤하고 바삭한 맛을 내는 한국식 양념치킨은 미국 시장에서 차별화된 맛을 보여줬다. 양념 소스를 발랐는데도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한 맛이 살아있는 이런 식감은 미국인에게 매력적이었다. 지난 9월 래리 호건(Larry Hogan)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주관 초청 간담회에서 메릴랜드주에 BBQ 지사 진출과 매장 확대 등 적극적인 요청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직후 매장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미국에서 배달 음식 수요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미국의 경우 배달 서비스가 일반화된 음식은 피자나 햄버거 정도뿐이었다. 이러한 음식들의 경우, 외식 업체들이 따끈하고 맛있는 상태로 가정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노하우가 있었지만, 치킨의 경우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지, 배달로 시켜 먹는 음식 개념은 아니었다. 팬데믹 이후 거리 두기 영향 등으로 치킨 배달은 늘었지만 눅눅하지 않게 따끈하고 맛있는 상태로 배달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현지 업체는 많이 없었다. 국내에서 오랜 기간 배달 기술을 축적한 BBQ는 바삭하고 맛있는 상태의 치킨을 배달하면서 미국 현지에서 입소문을 탔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들었다.
”2003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약 300개 매장이 진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여 개로 축소된 상황이다. 과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정부의 고강도 봉쇄정책 등을 겪으면서 중국에서의 영업 활동이 잠시 정체됐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 정부와) 경제관계 개선 등을 통해 중국에서도 매장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K푸드 세계화를 위한 경영철학이 있다면.
“우리 회사의 경영철학은 ‘대한민국의 뛰어난 음식 문화를 통해 전 세계 80억 명의 인구가 잘 먹고 잘사는 데 일조한다’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1995년 회사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 시기를 저울질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고, 2003년 중국 시장을 필두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외식 기업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BBQ가 토종 한식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이유다. 향후 목표는 2030년까지 맥도널드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최고의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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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날개 단 K푸드
①한국 농수산 식품 사상 첫 100억불 돌파
②[Infographic] K푸드(한식) 세계화
Part 2. 세계로 뻗어나가는 K푸드
③[Interview] 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 회장
④[Interview] 잭 프랜시스 모란 SPC 글로벌사업지원 총괄 부사장
⑤[Interview] 이경애 대상 식품글로벌사업 총괄 전무
⑥[르포] 케이콘 현장, 韓流 타고 일본 팬 사로잡은 K푸드
⑦[르포] 韓流 열풍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현장
⑧[Interview]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
⑨[Interview] 권윤아 쇼피코리아·재팬 지사장
Part 3. 전문가 제언
⑩[Interview]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
⑪[Interview] 송창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동양학과 교수
⑫[Interview]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칼리다스 셰티 노스다코타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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