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에 오픈페이까지… 더 치열해진 간편결제 戰爭
● 애플페이, 현대카드 제휴說 무성
● NFC 결제 방식은 한국 시장 진출 걸림돌
● 1건당 최대 0.15% 수수료 부과 방식도 장벽
● 신한·KB국민 등 카드사 ‘오픈페이’로 결집
● 간편결제 시장 커져, 각 카드사 영향력 키우기 총력
정작 당사자인 애플과 현대카드는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완벽하게 비밀을 유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다. 4월 애플이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 애플페이 서비스를 맡을 간부급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초미의 관심사, 애플페이 한국 시장 진출
최근에는 애플페이 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현대카드의 약관 이미지가 유출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개됐다는 소식까지 이어졌다. 이 약관에는 '현대카드 주식회사가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애플페이 결제서비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본 약관은 2022년 11월 30일부터 시행합니다'라며 시행 시기까지 명시해 주목받았다.공식 발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소식이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삼성 등의 업체가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분위기다. 더욱이 빅테크 기업은 물론 금융사와 유통업체가 줄줄이 뛰어들면서 간편결제 시스템을 서비스하는 업체 수로만 따지면 시장이 이미 포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애플페이의 등장이 유독 관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애플의 점유율이 지속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가 장악해 왔는데, 분위기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 애플의 점유율은 2019년 16.6%에서 2020년 17.9%, 지난해 24.4%로 치솟았다.
애플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4월 명동에 애플스토어 3호점을 낸 데 이어 9월에는 잠실점을 여는 등 소비자와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간 삼성페이가 갤럭시폰 이용자를 붙들어놓는 핵심 요소로 여겨져온 만큼 애플페이 등장으로 국내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애플페이의 도입을 바라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보다 남북통일이 먼저 된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애플페이를 기다려온 이가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이유가 있다. 애플은 2015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쓰는 애플페이의 작동 방식 때문에 불발한 바 있다.
NFC는 특정 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10㎝ 안팎 짧은 거리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려면 NFC 기능을 갖춘 단말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마그네틱 신용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과 카드를 꽂아서 결제하는 IC칩 방식의 단말기를 쓰고 있다.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시장점유율↑… 마케팅 강화하며 애플페이 도입
애플은 과거 NFC 단말기 보급 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NFC 단말기 한 대 가격이 15만~20만 원에 이르는 탓에 협상은 성사되지 못했다. 반면 삼성페이의 경우 NFC 방식뿐 아니라 기존 가맹점에 깔려 있던 MST 단말기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이런 이유로 애플페이가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시장에 영향을 주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NFC 단말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천 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애플이나 현대카드가 이런 비용을 들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애플페이가 카드사에 추가로 수수료를 받아왔다는 점도 변수로 여겨진다. 애플은 애플페이로 이뤄진 결제에 대해 건당 최고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부과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가맹점 수수료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카드사 처지에서는 가맹점에서는 돈을 적게 받으면서 애플에 추가로 수수료를 내야 하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수수료를 어떻게 책정할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수익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몸집을 키우려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선보일지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처럼 애플페이 진출이 관심을 받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 관심을 끈다. 신한과 KB국민, 롯데, 하나, NH농협, BC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픈페이'다.
오픈페이는 은행권이 운영하는 오픈뱅킹과 비슷한 개념이다. 하나의 카드사 앱으로 여러 회사의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앱에서 KB국민카드나 롯데카드의 신용·체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하는 식이다.
카드사들이 오픈페이 도입을 추진하는 건 빅테크가 간편결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오픈페이에는 국내 신용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물론 KB국민카드 등 대형사들이 참여한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계 2위권인 삼성카드를 비롯해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가 참여를 보류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 카드사가 줄어들면 그만큼 서비스 범용성과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과 현대는 여전히 오픈페이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성카드의 경우 삼성페이 외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고,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에 공을 들이는 터라 당분간 참여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주요 카드사 '오픈페이' 추진… 영향력 키우기 관건
신한이나 KB국민 등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오픈페이를 통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금융사들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원 앱 전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반면 기업계 카드사들의 경우 독자 노선을 걷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소 카드사의 경우 같은 결제 시스템에 포함했다가 대형사들에 주도권을 잃고 자칫 소비자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오픈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 지속해 참여사를 늘리며 영향력을 키우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이 이미 장악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국내 카드사들 역시 보유한 고객 규모가 상당한 만큼 오픈페이 등으로 반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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