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주의보[헬스토피아]
강석봉 기자 2022. 11. 2. 09:56
계절적 우울감이 사회적 트라우마와 겹치며 사람들에게 갑갑한 마음을 드리우게 하고 있다. 지난 28일 이태원발 안타까운 참사의 여운은 쉽게 가실 기미 조차없다. 직전 휴일 저녁, 도로는 텅 비었고 거리는 휑 했다. 애도의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진 가운데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본다.
누구에게나 충격적인 ‘이태원 참사’는 희생자의 관계자는 물론 적지 않은 이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엿보이게 한다. 놀란 마음은 며칠씩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위험했던 상황을 떠 올리게 하며, 그 상황이 자다가 꿈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열에 한 명은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사고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 가시지 않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신적으로 약하거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올 수 있다. 이 때 스스로 이런 부분을 체크해 보고 사고에 대한 충격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증상 자가 질문지&검사 결과
이 질문에 응답한 답의 총합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의 검사 결과를 도출한다. 이 질문지와 결과지의 출처는 국가트라우마센터다. 위 자가질문지는 절대적인 평가내용이 아닌 참고용이며 정확한 평가를 위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정상(총점 0~1점)=일상생활 적응에 지장을 초래할만한 외상 사건 경험이나 이와 관련된 인지적, 정서적, 행동문제를 거의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주의요망(총점 2점)=외상 사건과 관련된 반응으로 불편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평소보다 일상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신다면 추가적인 평가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심한수준(총점 3~5점)=외상 사건과 관련된 반응으로 심한 불편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일상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추가적인 평가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트라우마 대응법
특히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는 참사 후 불안과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증상 등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며 저절로 회복될 수 있다. 단,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유가족은 원망과 분노, 죄책감에 휩싸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이 고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위 사람들은 생존자와 유가족을 혐오와 비난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사고를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을 비판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언론의 취재가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악화시켜서는 안된다. 정부는 신체적인 회복과 더불어 정신건강 전문가와 협력하여 생존자와 유가족의 정신건강 문제를 돌보아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 외국인 등 소외되는 사람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대중의 비난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마음에 더욱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남실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우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태원 사고에 대한 성명서를 지난 29일 발빠르게 발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성명 발표는 이번 사고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학회는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 중단 ▶혐오 표현의 자제 필요 ▶언론은 재난보도준칙 준수해야 함을 강조했고, 학회 차원에서 이번 사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 이는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학회는 또한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할 것을 권했다.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홍지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과 친구 등 평소 본인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표현하는 등 도움을 받는 것이 우선적으로 찾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면서 “자신의 심리상태 변화에 주목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느낄 경우엔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이들이 일단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안정화 기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안정화 기법에는 심호흡, 복식호흡을 비롯해 발끝의 느낌에 집중하며 바닥을 딛는 ‘착지법’ 등을 포함한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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