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착한 애가 돼야지...마약 한서희 걱정한 말”

양현석 전 YG 대표 프로듀서. 사진l유용석 기자

협박 혐의를 받고 있는 양현석(52)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마약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가수 연습생 겸 공익제보자 한서희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착한 애가 돼야지”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지난 1일 오후 양현석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의 혐의에 대한 12차 공판을 열고 양 전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양 전 대표는 YG 소속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 의혹을 고발한 가수 한씨가 경찰에서 진술을 바꾸도록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양현석 변호인(이하 변호인)은 한씨가 협박당했다고 주장하는 2016년 8월 YG 사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

양현석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등)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YG측 인사 김씨를 통해 한씨가 경찰에서 비아이의 이름을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고, 이에 친분이 있던 한씨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고 했다.

양현석은 8월 24, 25일께 한씨와 만났지만 협박은 결코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한씨와 2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10분 정도는 한씨가 마약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은 이야기를 했다. 제가 비아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한 것은 ‘나는 비아이가 마약을 안 했다고 생각한다’, ‘네가 경찰서에 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대로 말해라’라는 식의 이야기였다”라고 했다.

한씨가 협박당했다며 근거로 든 “진술번복 하면 사례해주겠다”, “마약을 해도 일본에 보내 수액을 맞으면 안 나온다”,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와 같은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현석은 “저도 가수 생활을 했고 지금은 아티스트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말은 제가 더 조심해야 한다. 제 나이가 지금 50대 중반인데, 20대 초반 어린 친구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가벼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착한 애가 돼야지”라는 말은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양현석은 “‘착한 애가 돼야지’라는 말을 한 것은 마약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한씨를 걱정하는 차원의 이야기였다. ‘넌 연예인이 꿈이라면서 왜 이런 걸(마약) 하니’라는 의미였다”라고 설명했다.

협박 혐의를 부인한 양현석. 사진l유용석 기자

검찰 측은 비아이 마약 의혹과 관련, 양현석이 소속 가수인 비아이가 아니라 한씨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한 이유를 물었다. 비아이에게 마약 의혹을 확인하면 간단한 일인데 굳이 한씨를 만난 것이 사실 관계 확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양현석은 “한씨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있어서 한씨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YG 자체적으로 실시한 마약 키트 검사에서 비아이는 한 번도 양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아이에게는 마약 의혹에 대해 묻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피고인 신문이 끝나자, 재판부는 궁금한 것에 대해 추가적으로 질문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한씨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에 관여했다. 한씨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YG에 불리한 진술은 하지 말라’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텐데, 변호사 선임에 대해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양현석은 “변호사 선임 건은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 수액을 맞으면 마약이 검출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실제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처음 듣는다. 들은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 사건의 결심 공판은 오는 14일 열린다.

양현석은 2016년 발생한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공급책이던 한씨를 불러 회유, 협박하고 진술을 번복할 것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씨가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해 알려졌으며, 양현석 측은 한씨를 만난 적은 있으나 협박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비아이는 지난해 9월 대마초와 마약의 일종인 LSD를 사들이고 이를 일부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한편 한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수감돼 세 번째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6년 YG 소속 그룹 빅뱅 탑과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201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필로폰을 투약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세 번째 마약 투약은 두 번째 재판 진행 중에 이뤄졌으며, 한씨는 지난 9월 23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판결에 불복해 당일 항소했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