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본능’을 파고든, 키움만의 ‘세로 야구’
처음이었다면 아주 낯설게 보일 장면이었다.
지난 1일 한국시리즈 문학 1차전. 4-4로 맞선 7회말 선두 SSG 추신수가 우전안타로 나가며 이어진 1사 2루. 키움 벤치는 3번 최정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 1루를 채웠다. 그리고 앞서 1이닝을 던진 우완 최원태를 내리고 이날 경기의 5번째 투수를 올렸다,
타석에는 SSG 왼손 강타자 한유섬. 이런 상황이라면 왼손 셋업맨을 올리는 게 대부분 벤치의 선택이다. 그러나 키움이 바로 내세운 투수는 사이드암 김동혁이었다. 보통은 사이드암 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 왼손타자를 대타로 쓰는 게 일반화돼 있지만, 키움은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
키움은 불펜 투수 중 최고 좌완인 김재웅을 마무리 카드로 움직여 놓은 터여서 전문 좌완 불펜요원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이승호를 비롯해 이영준, 윤정현 등 활용 가능한 좌완투수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켜놓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키움이었기에 익숙한 장면이었다. 키움은 올해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뒤로 같은 상황에서 사이드암 투수를 중용하고 있다. 김동혁뿐 아니라 또 다른 사이드암 양현도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결과가 어긋나면 비난도 커질 기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대체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날은 최선의 결과가 나왔다. 김동혁은 한유섬을 상대로 초구에 123㎞ 구속의 주저앉는 체인지업을 던지며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병살타를 끌어냈다.
올해 포스트시즌 들어 홍원기 키움 감독은 같은 상황을 두고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그때마다 대답은 한결같다. “땅볼을 유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투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왼손타자에게 왼손투수를 쓰고, 오른손타자에 오른손투수 또는 사이드암투수를 앞세우는 것은, 인간의 시야에 익숙한 ‘가로 본능’에 따른 선택이다. 이를테면 왼손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슬라이더는, 왼손타자에게는 중심에서 횡으로 멀어지는 공이다. 반대로 왼손타자가 마주하는 사이드암 투수의 공은 대개 외곽에서 중심에 가까워지는 궤적을 그린다. 중심에 두고 때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올가을, 키움 벤치는 이 대목에서 가로가 아닌 ‘세로’를 더 크게 본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좌우 움직임보다는 위·아래의 움직임이 타격 결과를 만드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 김동혁과 한유섬의 승부도 투수의 종의 변화에서 ‘2루수 땅볼’이라는 타격의 결과가 나왔다.
키움은 독특한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상대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지 모를 일이다.
‘가로 본능’을 파고든, 키움의 ‘세로 야구’. 올해 가을야구의 주제어 중 하나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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