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 11건 중 7건은 이태원 참사 골목 인근서…경찰청장 “사고 예방 및 조치 미흡”

10월29일 오후 6시34분 신고 전화는 골목 초입 상점 앞…신고자 “아무도 통제 안 한다”
11건 중 7건 신고서 자기 위치로 골목 맞닿은 상점 등 언급
경찰, 감찰팀 구성해 사전 대비부터 현장 대응 적절했는지 따질 계획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이 (위쪽에서) 내려올 수 없는데 (아래쪽에서)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다.”

핼러윈 데이를 앞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쯤인 오후 6시34분쯤 112에 처음 접수된 사고 우려 신고 전화에서 신고자는 이같이 말하면서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있는 상점 앞을 자신의 위치로 언급했다. 인파가 너무 많아 통제가 필요하다고 한 신고자는 “교행이 잘 안되고 밀려서 넘어지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건가”라는 접수자의 질문에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다”고 답한 뒤, “경찰이 (유동)인구를 뺀 다음 들어오게(통행하게) 해줘야 한다”고 다급히 요청했다.

두 번째 사고 우려 신고 전화는 오후 8시9분쯤 걸려 왔다. 위치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 인근으로 신고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밀치고 난리가 났다”며 앞선 신고 지점과는 다소 거리는 있었음에도 위급성을 직감한 듯 경찰 출동을 호소했다. 20여분 후인 오후 8시33분에 112에 걸려 온 세 번째 신고 전화에서 신고자는 자신이 해밀톤호텔 뒤편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서 골목으로 접어드는 삼거리에 있다고 말했다. 신고자는 그러면서 “여기 큰일 날 것 같다”며 “심각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찍은 현장 영상을 보내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사고 직전까지 접수된 신고 전화 총 11건 중 7건에서 신고자들은 사고가 일어난 골목과 맞닿은 상점 등을 자신의 위치로 언급했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100여 건의 신고가 경찰에 들어갔다.

총 11건의 신고 중 4회만 현장에 출동해 인파를 해산하는 데 그친 경찰은 출동 당시 현장에 인파가 줄어 사고 발생 위험이 적었고, 몰린 인파를 해산시킨 후 상황을 종결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러한 입장을 쉬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이는 지금까지 참사와 관련해 관계 당국에 접수된 첫 신고가 오후 10시15분 소방신고로 알려졌던 것과 다르기도 하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발생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국화꽃 등이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둘러싸고 놓여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사고 당일 18시34분쯤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입장 발표에서도 부실 대응을 인정한 윤 청장은 참사 사흘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그리고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 규명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회 행안위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같은 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고 1시간 전부터 여러 건의 신고가 있었다. 인파가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며 “오후 9시가 되면서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독립적 특별 기구를 만들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윤 청장의 뜻에 따라 사고 지역 관할인 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는 한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를 특별수사본부로 전환했다. 김호승 경찰청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15명의 인력이 투입된 감찰팀은 핼러윈 축제 사전 대비부터 현장 대응까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나아가 경찰은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상대로 의사결정과 실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겠다며 대대적 감찰도 예고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