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물의 여신'을 만나다… 폭포 따라 오르는 수직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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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뇨라 델라 아쿠아Signora delle Acque'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호수Lago di Garda 근처에 있는 비아 페라타via ferrata(와이어 안전장치가 설치된 등반코스)이다.
물의 여신이라는 뜻인 시뇨라 델라 아쿠아는 등반코스 바로 옆으로 폭포가 쏟아져 시원한 물이 등반자의 얼굴을 어루만져 준다.
시뇨라 델라 아쿠아를 오르며 우리는 모두 물의 여신을 만났다.
리우다와 드미트리는 물의 여신이 뿌려주는 축하의 성채를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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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가족과 함께 오른 세 번째 등반
'시뇨라 델라 아쿠아Signora delle Acque'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호수Lago di Garda 근처에 있는 비아 페라타via ferrata(와이어 안전장치가 설치된 등반코스)이다. 물의 여신이라는 뜻인 시뇨라 델라 아쿠아는 등반코스 바로 옆으로 폭포가 쏟아져 시원한 물이 등반자의 얼굴을 어루만져 준다. 폭포수를 맞으며 오르는 상쾌함이 등반의 즐거움을 더해 주는 곳이다.
시뇨라 델라 아쿠아는 큰 호수가 옆에 있어 사계절 내내 날씨가 온화하다. 겨울철에도 등반이 가능하다. 어프로치는 마을에서 30분 정도 걸리며, 총 등반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짧다. 30~40분이면 하산할 수 있어 반나절 코스로 인기가 많다.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는 등반
드미트리 가족과 함께 시뇨라 델라 아쿠아를 등반한다. 귀여운 두 아이들과 함께하는 세 번째 등반이다. 이번 등반에는 아이들 외에 새로운 가족이 합류했다. 드미트리의 새 부인 리우다Lyuda이다.
리우다는 드미트리의 세 번째 부인이다. 첫 번째 부인은 이탈리아에서 못 살겠다며 큰아들을 데리고 고향인 벨라루스로 돌아갔다. 양육비로 매달 600유로를 보내야 하는데 벨라루스에서는 이 정도 돈이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들을 데려간 것이다.
재혼한 드미트리는 두 번째 부인 사이에 알렉산더와 올리비아를 낳았다. 단란한 가정생활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다. 부인은 이탈리아가 싫다고 투정을 부리더니 바람이 났고, 집과 아이들을 차지하고 드미트리를 차버렸다.
세 번째 부인 리우다는 드미트리의 첫사랑이다. 둘은 고향 동창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리우다도 이혼한 상태로 성년이 된 딸을 혼자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30년이 지나 꽃을 피웠다. 둘은 이탈리아에서 함께 살며 등산도 가고 스키도 타러 다닌다. 드미트리가 이제야 제 임자를 만난 것 같다. 이전 부인들과의 삶은 지옥 같았겠지만 리우다와 함께하는 지금 모습은 마치 천국에 사는 것처럼 행복해 보인다.
축복의 세례를 받으며 오른 '물의 여신'
폭포 하단부에서부터 정상까지 거의 수직 암벽이지만 와이어로프와 발 스텝이 잘 설치되어 있다. 벽을 깎아서 만든 발디딤도 잘 만들어져 있고 티롤리안 브리지 구간이 여럿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코스 옆으로 쏟아지는 폭포가 무지개를 만들어 등반자들을 동심으로 이끈다.
슈퍼마리오 게임 중에 '폭포왕국Cascade Kingdom'이라는 맵이 있다. 폭포와 초원을 넘나들며 게임 조작법과 탐험을 배우는 스테이지다. 알렉산더와 올리비아가 마치 폭포왕국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시뇨라 델라 아쿠아의 아찔한 코스가 이어지고 아이들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긴장한다. 폭포가 쏟아지는 우렁찬 소리가 두려움을 가중시켜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온몸을 적시는 폭포수는 처음에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그 시원함이 영혼까지 맑게 해준다.
아이들은 암벽에 고정된 와이어로프와 쐐기 같은 발디딤에 의지해 자신의 힘으로 수직의 벽을 오른다. 정상에 오른 아이들은 게임의 승자가 되어 있었다. '물의 여신'을 정복한 두 아이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새엄마 리우다가 환한 웃음으로 아이들에게 입맞춤한다. 믿음직한 아빠 드미트리는 아이들을 힘껏 껴안아 준다.
시뇨라 델라 아쿠아를 오르며 우리는 모두 물의 여신을 만났다. 올리비아와 알렉산더는 물의 여신이 어루만져주는 사랑의 세례를 온 몸으로 받았다. 리우다와 드미트리는 물의 여신이 뿌려주는 축하의 성채를 느꼈을 것이다. 드미트리가 물의 여신을 닮은 리우다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를 빌었다. 폭포에 일렁이는 무지개가 그들의 새로운 사랑을 축하하듯 춤춘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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