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한국 최초' AFC 심판 강사 교육 받는 김동진 주심, "WC 심판 배출이 꿈"

김유미 기자 2022. 11.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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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지난 5월, 국제축구연맹(FIFA)은 11월 개막하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동할 129명의 심판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36명의 주심과 69명의 부심, 24명의 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포함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의 카타르, 이란,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국적 출신의 주심들이 세계무대서 휘슬을 분다.

그러나 한국 심판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심과 부심, VAR까지 모두 살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정해상 부심이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이후 월드컵 심판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인 주심이 활동한 것은 2002 FIFA 한·일 월드컵 당시 김영주 주심의 사례가 가장 최근이다.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이처럼 한국은 점점 '심판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다. 정확하게는 '국제심판 불모지'가 맞는 표현이겠다. 물론 국내에도 여러 국제심판들이 해외로 나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FIFA 최상위 레벨 대회를 담당할 심판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심판계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심판으로 활동했던 김동진 주심이 후학 양성에 뛰어들었다. 그는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심판으로는 처음으로 'AFC 엘리트 심판 강사 세미나'에 초청을 받았다. 풋살 부문에서는 김장관 심판이 김동진 주심과 함께 교육 대상자로 선정됐다. 일종의 '심판 버전 국가대표'가 되는 셈이다.

2일 말레이시아 출국을 앞두고 <베스트 일레븐>과 전화 통화로 만난 김동진 주심은 '걱정 반 설렘 반'의 소감을 전했다.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한국 심판은 단 둘뿐이지만, 호주는 6명, 일본은 8명으로 많은 심판들이 교육 대상자로 참가하기 때문이다. "한국 주심으로는 처음으로 교육에 가게 돼 마음이 무겁다. 다른 나라들은 인원이 많은데, 한국은 얼마 안 된다. 좋은 정보를 가지고 와 한국 심판들에게 잘 전달을 해야 한다."

이번 교육에는 AFC 소속의 베테랑 심판들이 대거 참가한다. 심판평가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김동진 주심처럼 현역으로 활발히 필드를 누비는 이들도 섞여 있다. 국제심판으로 활동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김동진 주심은 "국제심판을 10년, 20년 했던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 월드컵, 아시안컵, FIFA 대회에 갔던 멤버들이다. 아는 심판들도 여럿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판들은 AFC 본부에 모여 3박 4일 동안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본격적인 대면 교육에 앞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틀 간의 사전 교육도 마쳤다. 사전 교육과 본 교육 모두 오전 9시 시작해 저녁 6시가 넘어서야 끝나는 스케줄로 구성됐다. 교육생들은 심판 평가 보고서 제출, 주요 경기 영상 분석, 실제 경기 진행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소화하게 된다. 피드백과 평가도 받는다.

김동진 주심은 "좋은 경험이고, 교육 진행 과정이 토너먼트 대회와 비슷하다. 늘 듣는 입장이었다가 말을 하는 입장이 되니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토론 방식으로 해서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동진 주심은 심판 업무 외에도 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K리그 시즌이 끝난 지금은 교수를 '본캐' 삼아 교단에 선다. 안동과학대 축구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그는 "학교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휴강을 하고 나가게 됐다. 총장님께서 축구에 관심이 많으셔서 기꺼이 허락을 해주셨다. 교수로 재직한지는 3년 됐다. 내 최종 목표는 월드컵에 가는 심판을 길러 보내는 거다. 대학 최초로 학생 선수 대상 심판 3급 강습회를 개최하고, 학교에서 비용도 대주고 있다. 합격률도 좋다. 만일 월드컵에 가는 후배가 나온다면 응원하러 가고 싶다"라며, 앞으로 훌륭한 심판을 키우는 스승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목표도 있다. 현역 은퇴 후 국제 무대에서 심판평가관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아직은 현장에 있지만, 현장을 떠나면 어세서(Assessor, 평가관)를 할 계획이다. 국제심판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김동진 주심은 월드컵 심판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교육을 마친 후에는 협회 전임지도자와 미팅도 하고, 협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또 AFC에서 얻은 좋은 정보를 다른 심판들과 공유해 한국 심판의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도 세워뒀다. 심판의 경쟁력이 올라가면, 한국 축구 전체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면서 "심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교육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심판 세미나를 하는데, 월드컵에 많이 갔던 심판들을 불러서 전문적으로 교육을 해주었으면 한다. 팬 여러분은 심판도 축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운동장에서는 '심판 눈 떠라, 정신 차려 심판' 이런 말 안 들으면 좋은 심판이라 생각한다"라며 협회, 그리고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동진 주심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기를 했다. 세 팀이나 강등이 될 수 있으니 심판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테다. 시원섭섭하다. 판정 이슈는 불가피하나,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잉글랜드 같은 외국에서도 논란의 소지는 계속 발생한다. 얼마나 그 논란을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심판들은 특별한 이슈 없이 넘어가면 '잘했다'고 한다. 올해는 '평탄했구나' 싶다"라고 2022시즌 K리그를 되돌아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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