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 방식은 달라도 이태원 참사 ‘추모’ 한마음[종합]

박세연 2022. 11.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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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정원영과 생각의 여름이 이태원 참사 추모 방식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정원영 SNS, 생각의 여름 SNS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졌다. 정부가 참사 발생일부터 일주일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면서 가요계는 예정됐던 앨범 발매와 콘서트 등 각종 행사를 애도기간 이후로 연기하며 숨죽여 희생자 및 피해자를 애도한 가운데 “공연 역시 또 다른 애도의 방식”이라며 소신을 밝히는 뮤지션도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 주말을 즐기러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까지 사망자만 156명에 이른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26명으로 집계됐으며 미성년자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부는 뜻하지 않은 참사에 오는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이에 방송가는 드라마와 예능, 음악 프로그램 등 각종 방송을 줄줄이 결방하고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중음악계도 마찬가지. 참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장윤정, 장민호, 김재중 등 가수들이 당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고 이후 이문세, 백지영, 코요테, 용준형 등 국가애도기간에 해당되는 시점 콘서트가 예정됐던 다수의 가수들이 콘서트를 잠정 연기했다.

10월 말일부터 11월 초까지 빼곡했던 가수들의 새 앨범 컴백도 줄줄이 연기됐다. 31일 컴백 예정이던 엑소 첸, 용준형, 아이리스, 크랙시, 펀치 등 다수의 가수들이 앨범 발매를 연기했으며 11월 첫 주 컴백이 예정됐던 드리핀, 정은지, 나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아이칠린, 뉴키드 등 많은 가수들도 컴백을 미뤘다.

컴백 일정이 변경되는 등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성시경, 박재정, 크러쉬 등 가수들은 콘서트 예매 일정까지 미루며 애도에 동참했다.

사실상 가요계 모든 스케줄이 ‘올스톱’ 된 듯한 모습 속에서 또 다른 추모 방식을 고민하는 뮤지션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애도기간이라는 엄숙한 단어 아래 무조건 음악 활동을 멈출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써 슬픔을 위로하겠다는 소신이 누리꾼 사이 지지를 얻기도 했다.

생각의 여름 박종현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번 주에 하기로 한 두 공연의 기획자들께서 공연을 진행할지, 연기할지에 대하여 정중히 여쭈어 오셨다.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였다”고 운을 떼며 “그나저나,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들(만)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적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 선포 후 각종 대중음악 콘서트가 줄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신 발언이다. 박종현은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며 “하기로 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져본다.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 번 더 생각해 본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식이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박종현의 글에 “선택을 지지한다” “용기 내줘 감사하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동의 의견이 쏟아졌다. 다만 일각에선 “어떤 의도로 쓴 글인지 짐작 가지만 침묵이 최선의 애도일 때가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는 자신의 SNS에 박종현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언제나 대중음악이 가장 먼저 금기시되는 나라.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 받는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애도의 방식은 우리 각자 모두 다르다. 다른 게 당연하다. 방식마저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뮤지션 장재인 역시 박종현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또 뮤지션 정원영은 1일 자신의 SNS에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 음악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으며, 정원영의 글에 드러머 겸 가수 박가을은 “예술을 음악으로 바라보는 한가지 시선이 두려워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댓글을 달았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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