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74번 · ‘경제’ 63번 강조한 윤대통령… ‘협치’는 한 번 거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
윤석열 대통령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수십 명의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 선다.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지고 대통령의 간단한 인사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대통령이 '협치'를 거론한 것은 단 한 번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창간 31주년 특집
- K정치 실종, 미래 찾는다 (中) 59번 도어스테핑 발언으로 본 통치스타일
野 공세에 “국민이 아실 것”
‘국민’ 단어 자주 써서 99번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다”
‘원칙’ ‘법치’등도 즐겨 사용
최근 ‘물가’ ‘민생’ 언급 늘어
‘국회’ 26번…‘야당’은 6번
“뭐 궁금한 거 있습니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 윤석열 대통령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수십 명의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 선다.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지고 대통령의 간단한 인사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런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 회견)은 59번 열렸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이제 용산의 아침을 여는 일상이 됐다. 윤 대통령은 오전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취재진을 만났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기준금리 인상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당면 현안에 대한 대응 방향과 문제 해결 의지, 국민에 대한 당부를 밝히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113번)와 ‘국민’(99번)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문화일보가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을 전수 분석(10월 31일 기준)한 결과다. 그는 10월 26일 국회 시정연설과 관련해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건지를 우리 국회와 국민께 알렸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선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는 말로 갈음했다. ‘우리’는 대통령이 국민을 향한 메시지에 습관처럼 붙이는 수식어다. 그는 8월 29일 긴축재정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확실하게 쓰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법’(74번), ‘정부’(78번), ‘경제’(63번) 단어도 자주 사용했다. 법률가 출신인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원칙’ ‘법치’라는 단어를 즐겨 썼다. 대통령실의 감사원 관여 의혹이 제기된 10월 6일엔 “(감사원) 업무는 대통령실에서 관여할 수 없도록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경제 악화가 본격화된 지난여름부터 대통령 메시지의 초점은 경제와 민생으로 서서히 옮아갔다. 지난 7월 8일 첫 번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린 후 경제 현장을 찾는 대통령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넉 달간 11차례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물가’(23회), ‘민생’(18번), ‘금리’(19번), ‘재정’(11번)을 거론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음에도 협치를 강조하는 단어 빈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윤 대통령은 ‘야당’(6번)보다는 여야를 아우르는 ‘국회’(26번) 단어를 더 자주 썼다. 대통령이 ‘협치’를 거론한 것은 단 한 번이다. 지난 5월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처음부터 협치를 염두에 두고 지명한 총리”라고 강조하면서다.
대통령의 아침 메시지가 정계와 재계, 공무원 조직을 압도하면서 상대적으로 장관들의 역할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해 부정적 여론을 키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도어스테핑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새 정부의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부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도어스테핑”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형식에 꾸준한 변화를 주며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최근 취재진의 질문에 앞서 먼저 그날의 화두를 제시하는 ‘모두발언’을 도입했고, 취재진과 대치하는 인상을 희석하기 위해 대통령 뒤편에 카메라를 배치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어스테핑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애정이 강한 만큼 고유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0% 듣고 20%만 말한 ’메르켈… ‘일방적인 대국민 통보’ 푸틴
- “형체의 70%밖에 안보이는데…어떻게 아들 죽음 받아들입니까”
- “마약 먹고 죽었다” “뭐하러 애도하나”…참사 조롱하는 ‘키보드 악마들’
- 경북 김천서 유부남·미혼 여교사 간 교내 불륜…지역사회 ‘발칵’
- 尹 퇴진 주장 ‘촛불행동’, “이태원 참사 촛불집회” 예고…“광화문 광장 신청”
- 참사 나자 ‘정권퇴진운동’ 우려 동향보고서 만든 경찰
- 이수진, 애도기간 중 홍보글 논란…“표현 서툴러 마음 무거워”
- “딸에 쥐여준 용돈 5만원…더 줄걸, 돈이 뭐라고”...새옷만 흙범벅으로 돌아와
- “이재명 측근 수사 정당” 50.9% > “야당 탄압·표적” 41.1% [창간 31주년 여론조사]
- “착한 내 아들, 가지마”…30대 희생자 마지막 배웅 눈물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