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 경상적자 → 원화값 하락 … “외환보유 4000억달러 붕괴”

조해동 기자 2022. 11. 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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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1주년 특집

- 지표로 본 경기예측 ( 경상수지 · 환율 비상 )

올들어 무역적자 355억달러

1995년이후 첫 7개월째 적자

10년만에 경상적자로 이어져

환율 1500원 상향돌파 가능성

급변동 막기위한 미세조정 땐

외환보유액 추가 감소 불가피

최근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가장 직접적인 요인을 꼽는다면 경상수지 적자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속된 말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경상수지가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면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마다 4월이면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으로 배당소득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적이 종종 있지만, 4월을 제외하면 2012년 2월(25억8400만 달러 적자)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을 고려할 때 단기 경상수지 적자는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현재의 경상수지 적자가 단시일 내에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경상수지는 재화나 서비스를 외국과 사고파는 거래, 즉 경상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수지를 말한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및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처럼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입의 비중이 큰 경우 경상수지는 장기적으로 수출입의 격차인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무역수지 적자액은 355억85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 적자인 1996년(206억2400만 달러)보다도 많다. 올해 4월(24억8000만 달러 적자)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적자 상태다. 무역수지가 7개월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이후 처음이다.

무역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 경상수지도 결국 적자를 기록할 개연성이 커진다. 경상수지가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면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가 나빠진 나라의 통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의 정책금리가 우리나라 기준금리보다 높고,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른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어떤 측면에서는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월 3일 1191.8원에서 현재 1400원대까지 올라왔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 등을 감안하면, 향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원·달러 환율 최고치(2009년 3월 5일·1568.0원)와 유사한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경제계에서는 “세계 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향후 원·달러 환율 상단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환 정책을 이끄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김성욱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급) 라인은 금융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업무 처리가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외환 당국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외환 당국이 환율의 급변동을 줄이기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줄 수밖에 없다. 올해 9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96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4692억1000만 달러)에 비해서는 524만4000만 달러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환율 안정을 위한 미세조정이 이어지면 앞으로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線)’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안정화를 위해 수출 경쟁력 확보와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 증대로 한국 경제의 대외 균형을 조속히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전세원 기자

올 관리재정수지 110兆 적자 예상… 국가채무 1000兆 돌파할듯

■ 무역 · 재정 ‘쌍둥이 적자’

무역수지 480억달러 적자 전망

196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류로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빨라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내 균형을 보여주는 재정수지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2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3일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 규모가 4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4년 이후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많았던 해는 올해를 제외하면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2000만 달러 적자)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132억7000만 달러 적자)이 있다. 1996년과 2008년은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기 직전이거나 위기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조만간 경제가 위기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신호)인 셈이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액은 많이 늘지 않거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수입액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노력한다고 해서 수출을 늘리거나, 원유 등의 수입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가 물건을 사주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로 물건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원유 등 필수품의 수입을 인위적으로 줄이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등에서 들어오는 돈이 많고 나가는 돈이 적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 지표로 관리재정수지를 사용한다. 관리재정수지는 2016년 22조7000억 원 적자, 2017년 18조5000억 원 적자, 2018년 10조6000억 원 적자, 2019년 54조4000억 원 적자, 2020년 112조 원 적자, 2021년 90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 정부 전망치)는 110조80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재정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 국가채무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가채무(D1)는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2017년 660조2000억 원에서 2021년 970조7000억 원까지 급증했고, 올해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는 1068조8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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