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수목의 보고… ‘이승만 전나무’ 처음 찾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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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청와대 개방으로 대통령 관저를 비롯해 춘추관, 영빈관, 상춘재 등 부속건물과 전각과 못지않게 눈길을 끈 곳이 대정원, 녹지원 등 거대한 녹지공간들이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청와대의 나무들'은 그간의 연구에다 당시 다룰 수 없었던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 등 인문적 연구를 덧붙여 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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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의 나무들’ 출간한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이승만, 1960년 상춘재 옆에 심어
김영삼, 기독교 상징 산딸나무
노무현은 서어나무 기념 식수
현재 청와대 최고령은 744살 주목
2019년 식생조사 의뢰받은뒤
나무 85종 · 대통령 기념수 정리
지난 5월 청와대 개방으로 대통령 관저를 비롯해 춘추관, 영빈관, 상춘재 등 부속건물과 전각과 못지않게 눈길을 끈 곳이 대정원, 녹지원 등 거대한 녹지공간들이었다. 청와대는 최고 통치자의 생활공간이자 집무 공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208종 5만5000여 그루의 나무로 뒤덮인 거대한 ‘녹색 장원’이기도 하다. 청와대에는 과연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있을까. 또 역대 대통령은 청와대에 어떤 나무를 심었을까. 청와대에서 자라는 나무 85종과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를 분석한 책 ‘청와대의 나무들’(눌와)을 최근 출간한 박상진(83) 경북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2019년 청와대 경호실로부터 경내의 나무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제자 두 명과 식생 조사를 했는데 보안지침이 여간 까다롭지 않더군요. 경호원이 따라붙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자료접근은 다 ‘불허’예요.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를 찾아보려 했는데 불가능했습니다. 나무 분포지도도 공개불가였습니다. 그저 나무의 식생만 정리할 수밖에 없었지요.”
완성한 보고서는 당시 ‘청와대의 나무와 풀꽃’이란 제목의 책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일반판매는 하지 않고 딱 2000권만 찍어 청와대 경호실이 다 가지고 갔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청와대의 나무들’은 그간의 연구에다 당시 다룰 수 없었던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 등 인문적 연구를 덧붙여 펴낸 책이다.
격세지감.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박 교수는 개방된 청와대 숲을 마음껏 누비면서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 31건(33그루)을 찾아냈다. 1949년 식목일 제정 후 역대 대통령들은 해마다 청와대에 기념식수를 했지만 그걸 찾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기록도 없고, 정권이 바뀌면 전임 대통령 이름이 적힌 기념식수 팻말을 슬그머니 빼버리는 일도 없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국가기록원 자료에서 기념식수 사진을 확인하거나, 당시 신문을 뒤져 식목일 보도 사진을 확인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식수도 이렇게 찾아냈어요. 이 전 대통령이 1960년 3월 25일 나무 심는 사진에 반려견 ‘해피’와 경호원이 담겼는데, 그 뒤로 옛 청와대 건물 지붕이 보여요. 그걸 단서로 기념식수한 전나무를 찾았지요.”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를 찾아내면서 박 교수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역대 대통령들은 나무의 수종을 크게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기념식수 31건의 수종이 20종이나 된다는 건 나무의 종류가 겹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모감주나무나 배나무, 서어나무, 이팝나무 등은 일반 기념식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나무인데 대통령 기념식수로 쓰였다. 다만 몇 그루는 수종을 정할 때 뜻을 새긴 게 느껴지기도 한단다. 이를테면 김영삼 대통령이 심은 산딸나무는 십자가 형태로 꽃이라 기독교를 상징하는 차원에서 심은 것 같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기각 판결 직후 심은 서어나무는 ‘서민과 가까운 나무’라는 뜻으로 심은 듯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개방으로 ‘발견’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잘못 알려진 걸 ‘바로잡은’ 것도 있다. 청와대의 최고령 나무는 744년 된 주목. 고려 때 충렬왕이 지금의 청와대인 남경궁궐을 방문한 시기와 주목나무 수령이 맞아떨어져 ‘충렬왕이 심은 나무’로 추정됐지만, 문화재청 조사 결과 다른 곳에서 옮겨 심은 것으로 확인됐단다.
박 교수는 ‘목재형질학’을 전공했다. 목재의 세포를 연구하는 기초분야 학문이다. 세포 분석으로 수목을 분류하거나 고목재의 수종을 가려낸다. 팔만대장경판을 만든 나무가 산벚나무라거나, 공주 무령왕릉의 관 재료가 일본산 금송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그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다. 지난 2006년 경북대를 정년퇴직한 뒤에도 문화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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