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 못해요"…억! 건설사 '잔금회수 못할라'
기존 집 안 팔리고 세입자 없어…입주 포기 우려
건설사,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속 자금난 가중
부동산 거래절벽의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다.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이 팔리지 않아 새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다. 금리 인상 탓에 전세 수요가 줄어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입주 예정자들이 입주를 포기할 수 있다. 이 경우 건설·시행사 등은 사업에 들인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시장 침체로 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잔금 리스크'까지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입주 늘면 잔금 회수 어쩌나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2.6%로 전월(76.8%) 대비 4.2%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은 86.5%로 지난달(89.1%)에 이어 2개월 연속 90%의 입주율이 깨졌다.
앞으로의 입주율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전국 입주전망지수는 47.6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다.
주산연은 "경기 침체, 금리 상승 등으로 입주율은 향후 더 낮아질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주거 이동이 어려워지고, 주택 공급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수분양자는 분양권을 잃는 것은 물론 계약금까지 돌려받지 못한다. 공급자는 준공 후에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비아파트에선 이미 현실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도시형 생활주택 더샵 반포 리버파크는 입주율이 27%에 그친다. 지난 7월 준공돼 입주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전체 140가구 중 약 30가구만 입주했다.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수분양자의 40% 이상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걱정거리라면 미입주는 그야말로 공포"라며 "가뜩이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자금경색이 심각한데 유동성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잔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심각한 자금난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 안 팔려요' 수분양자도 답답
미입주가 증가하는 이유는 거래절벽과 금리 인상이다. 주산연 조사에 따르면 미입주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존 주택매각 지연(36.4%)을 꼽았다. 기존 주택 처분 요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는 집을 팔기 전까지 이주할 수 없는데,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최근 주택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3만2403건으로 전년 동월(8만1631건) 대비 60.3% 감소했다. ▷관련 기사:[집잇슈]일시적 2주택자, 집 안팔려…'대출 회수될라'(10월20일)
또 다른 이유는 세입자 미확보(34.1%)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했고,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수급동향에 따르면 10월24일 기준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84.3으로 6주 연속 줄었다. 수급지수가 100 미만이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거래 절벽과 금리 인상 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입주를 막을만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 정부가 내놓은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방법도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마 수분양자의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의 경우, 처분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기존 의무자에게도 소급 적용한다. 무주택자와 일시적 1주택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50%로 상향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기에 LTV 완화 등의 방법은 별로 의미가 없다"며 "잠깐 매수세가 붙더라도 집값이 계속해서 하락하면 수요도 다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분양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직접 입주하거나 전세를 놓아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고 전셋값이 떨어지니 둘 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교적 입주 메리트가 떨어지는 사업장이 많은 중견 건설사 등이 직격타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주담대는 바로 원리금 상환을 시작하는데 1~2년의 거치기간을 두면 해당 기간엔 이자만 갚기 때문에 월 상환금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입주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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