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패션의 아이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다

김호준 기자 2022. 11. 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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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MCM ‘메타지 가로수’(meta[Z] garosu) 매장 전경. MCM 제공
MCM이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MCM 하우스(HAUS)’에서 최정화 작가와 연 ‘숨(SUUM) 프로젝트’ 전시회에 트렁크와 가방이 전시돼 있다.
MCM이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MCM ZOO’ 컬렉션에서 선보인 티셔츠와 인형이 메타지 가로수 매장에 전시돼 있다.

■ Premium Life - 메타버스로 영역 확장 MCM

디지털과 친숙한 MZ세대 맞춰

‘가상세계’통한 소통방식 택해

반려동물 테마 ‘ZOO’ 컬렉션

“모바일 구매 위한 웹2.0 구현”

메타버스 공간에 ‘큐빅맵’ 론칭

‘가상 패션아이템’ 체험 가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MCM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지난 1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MCM ‘메타지 가로수’(meta[Z] garosu). 패션과 미디어아트, 식음료 매장을 결합한 ‘복합 문화 플랫폼’을 표방하는 이곳은 다른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느껴지는 고풍적인 분위기 대신 4차원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 1층에 들어서자 방문한 관람객들이 반려동물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티셔츠나 가방 등 패션 제품도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함께 전시돼 있었다. MCM은 최근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MCM ZOO’ 컬렉션을 선보였다. 2층에는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만든 MCM 동물 인형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MCM 관계자는 “메타지 가로수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오프라인 경험과 모바일 구매를 연결하는 ‘웹2.0’을 구현한 곳”이라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해온 MCM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로 기획한 공간”이라고 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6년 독일 뮌헨에서 탄생한 MCM은 독일 특유의 장인정신과 뮌헨의 감성을 담은 브랜드로 설립됐다. 브랜드 이름도 ‘모던 크리에이션 뮌헨(Modern Creation Munchen)’의 약자에서 따왔다. 이념 대립으로 진영 간 왕래가 어려웠던 당시 ‘자유로운 여행’을 브랜드 DNA로 삼은 MCM은 ‘세상을 얽매는 모든 제약에서 자유로운 반항 정신’을 앞세웠다. 당시 뮌헨에서는 모더니즘, 진보주의 사조(思潮)와 맞물려 패션 전문가와 저명인사, 부유층들이 예술과 영화, 음악, 건축, 패션 등에 몰두했다. 이런 뮌헨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출발한 MCM은 다양한 종류의 트렁크와 가방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과 스타일, 소재 고유의 감각을 살린 제품들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노매드’(유목민) 정신을 스타일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CM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대담하게 변화시켜 성별, 나이에 제약을 두지 않는 스타일을 내세운다. 전 세계 모델계에 큰 획을 남긴 신디 크로퍼드(Cindy Crawford)나 하이디 클룸(Heidi Klum)을 시작으로 팝의 부흥을 일으킨 윌 아이엠(will.i.am), 비욘세(Beyonce), 리애나(Rihanna)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하면서 패션과 문화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데 주력했다. 또 푸마(PUMA), 베이프(BAPE) 등 젊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기존의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한 뮤지션 페기 구(Peggy Gou), 크리에이터 수주크 & 브라트부르스트(Sucuk & Bratwurst)와 함께하며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작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글로벌 패션하우스의 입지를 다져온 MCM은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의 새로운 소통 창구로 ‘메타버스’를 선택했다. MCM만의 메타버스를 뜻하는 M’etaverse(MCM+Metaverse)는 뮌헨에서 베를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그리고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여정을 강조하며 어떤 상상이 모두 실현되는 가상세계를 표방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MCM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MCM 하우스’에서 오프라인으로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는 ‘혼합현실(XR) 체험존’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XR 체험존은 MCM이 만든 가상세계에서 고객이 실제로 걷는 듯한 XR 체험을 한 후 영상을 전송받아 나만의 영상을 간직하고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가상현실을 통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MCM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MCM 메타버스의 연장선 개념의 ‘MCM 큐빅맵’을 론칭,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유토피아 세계를 그렸다. 성별과 나이 같은 규제나 경계로부터 구속받지 않는 MCM의 메시지를 담은 가상 패션 아이템 15종도 출시해 MZ세대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월 MCM 하우스에서는 패션과 예술이 어우러진 ‘F.A.M’(FASHION & ART at MCM HAUS) 프로젝트 특별 전시도 개최됐다. 이 전시는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춰 고객에게 예술과 브랜드 철학을 동시에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건물 외관에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윈도를 비롯해 MCM 제품을 전시해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계절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즌리스룩을 지향하는 MCM은 올해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리빌드-리메이크-리폼(Rebuild-Remake-Reform)’을 테마로 내세웠다. 이 컬렉션에는 재창조를 기반으로 한 움직임, 여행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MCM의 가치를 담았다. 음악과 스케이트보드 신(Scene) 등 다채로운 문화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스포츠 캡슐 컬렉션’과 선선한 가을바람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뉴 포멀 캡슐 컬렉션’, 복원과 재창조를 주제로 한 ‘지속 가능한 겨울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숨(SUUM) 프로젝트와 함께 F/W 컬렉션을 재창조한다는 의미를 담은 최정화 작가의 특별 전시도 개최했다. 최정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 미술가 중 한 명이자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이 생활이라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로 MCM의 브랜드 철학과 동일하게 ‘경계가 없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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