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가 쌓아 올린 홍상수’… 감독 자신의 삶과 예술을 말하다

이정우 기자 2022. 11.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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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28번째 장편 영화 '탑'은 차이와 반복을 통해 일상의 단면들을 이어서 실체에 접근한다는 홍상수 영화의 익숙한 방식이 나오지만, 기존과 조금 다르다.

'탑'은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감독 병수(권해효)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며 병수의 실체라는 '탑'을 쌓는다.

영화를 계속하거나 그만둔 병수의 모습은 감독 홍상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쩌면 미래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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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번째 영화 ‘탑’

영화제 상 받고 아내와 별거

극중 인물에 감독 삶 오버랩

다층적으로 드러낸 ‘진짜 나’

홍상수 감독의 28번째 장편 영화 ‘탑’은 차이와 반복을 통해 일상의 단면들을 이어서 실체에 접근한다는 홍상수 영화의 익숙한 방식이 나오지만, 기존과 조금 다르다. ‘탑’은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감독 병수(권해효)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며 병수의 실체라는 ‘탑’을 쌓는다. 영화를 통해 자신을 바라본 대가는 다음을 다짐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의 건물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맴돈다. 병수와 그의 딸(박미소), 아내/가게 주인(송선미), 애인(조윤희),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 선생(이혜영)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고기를 굽거나 기타를 친다. 그런데 느슨한 형태로 나뉜 4개 에피소드별로 영화제에서 큰 상을 탄 병수, 영화 찍기를 그만둔 병수, 아내와 살고 있는 병수와 애인과 함께하는 병수 등 인물과 그를 둘러싼 시간은 조금씩 다르게 존재한다.

딸과 소원하거나, 아내와 별거 중인 상태. 아내와 엇나가며 자신은 혼자 살아야 한다고 한탄하거나 애인과 행복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 영화감독으로서 제작사는 돈밖에 모른다고 푸념하거나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아 축하받는 모습. 영화를 계속하거나 그만둔 병수의 모습은 감독 홍상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쩌면 미래와 오버랩된다.

그런 점에서 ‘탑’은 각 단면을 모아 입방체를 만들듯이 각 세계 속 병수의 단면을 접합해 최대한 병수의 실체와 가까운 건물을 축조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 자체가 탑을 쌓는 과정이고, 그 탑은 한 남자의 초상인 셈이다. 병수란 인물이 홍상수 개인의 현실과 강하게 겹쳐진다는 점에서 홍상수가 쌓아 올린 홍상수라 부를 수 있달까.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논리론 홍상수식 ‘멀티버스’라 부를 만하다.

딸이 병수가 가정적이고 여성적이며 어린아이 같았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여자들을 막 만나기 시작해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솔직함이 느껴진다. 해명도 함께 한다. 딸이 병수는 집 안에서 모습과 밖에서 모습이 다르다며 “사람들은 (병수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모를 것”이라고 지적하자, 김 선생은 말한다. “우리 모두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달라. 밖에서의 모습이 진짜일 수 있어.”

전작인 ‘소설가의 영화’와 한 쌍이란 느낌도 든다. ‘소설가의 영화’가 동반자인 김민희의 얼굴을 담은 영화라면, ‘탑’은 자신의 실체를 담으려고 한 영화다. 진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아름다움을 담고 싶다던 전작의 예술론은 자신의 초상 앞에서 꿋꿋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옮겨갔다.

병수는 돌고 돌아 다시 건물 1층으로 복귀해 담배를 문다. 영화 속 하나님의 계시처럼 제주도에서 12편의 영화를 찍겠단 다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회한에 잠긴 것 같기도 하다. 각 에피소드는 컷 없이 기타 선율로 교묘히 이어진다. 홍상수가 직접 만들고 연주한 곡이다. 보이스오버를 통해 현실과 상상의 혼재를 드러내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서늘하다. 줄곧 홍상수 영화에 출연했던 김민희는 제작실장으로만 참여했다. 흑백. 오는 3일 개봉.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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