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런에 美국채시장 요동…한국 CDS프리미엄 급등

이윤희 2022. 11. 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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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레고랜드발 신용 경색 사태에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데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급등세가 지속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의 신용 스프레드가 큰 폭의 상승세다. 또 자금경색 현상을 보여주는 또다른 지표인 국내 신용 스프레드(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금리-3년 국고채 금리) 역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국가별 전일 글로벌 시장에서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은 68.25bp(1bp = 0.0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초 32.66bp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CDS는 채권이나 대출이 부도를 냈을 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은 이에 대한 보험료 성격인 가산금리로, 프리미엄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5년물 CDS 프리미엄(마킷 기준)은 67.83bp로 지난 1월 3일 21.50bp와 비교해 3배 이상 급등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의 CDS 프리미엄 역시 전일 기준 74.94bp로 연중 최고치까지 올랐다. 현대자동차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1월 초 33.68bp 수준이던 것이 9월 들어 70bp선을 넘었다. 같은 기간 KT의 CDS 프리미엄도 22.03bp에서 71.42bp로 급등하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 위기 당시와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신용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의 각종 신용 경색 관련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국내 신용 경색의 도화선 역할을 했지만, 국내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반도체 업황의 급격한 악화와 함께 국내 수출경기 악화가 일단 국내 경제 펀더멘탈 우려를 높이고 있다. 10월국내수출증가율은 2년만에전년 같은달 대비 마이너스(-)5.7%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수출둔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무역수지 적자 기조 고착화,더 나아가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과거에도 국내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거나 혹은 경상수지 흑자 폭이 급격히 축소되는 시점에 늘 국내 신용경색 현상이 동반됐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경색 리스크를 자극하는 다른 요인은 '차이나 런(China Run)'으로 불리는 중국 리스크다. 현재 중국의 신용 리스크가 국내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될 여지는 높은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급등하던 위안화와 중국 CDS는 다소 진전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출범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과 신용위험의 해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공산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의 유동성 부족 우려도 국내 신용 시장을 위협한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우리 채권시장에서 적절한 유동성이 사라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히면서 미 국채시장에서 유동성 우려가 일고 있다. 옐런 장관은 "국채 공급이 지난 2019년 연말부터 급증했는데, 대형 금융기관들은 시장조성 활동의 확장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잔액은 지난 2019년 이후 7조 달러나 늘었다.

미 국채 시장에서의 유동성 논란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지속 속에 양적 긴축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이것이 국채 매수 강도를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초약세 현상으로 일본 정부가 9~10월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미 국채 시장에 영향을 줬다.

박 연구원은 "11월 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전환 신호가 나오느냐가 글로벌 자금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정책 전환 기조가 나타나면 글로벌 자금 경색 현상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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