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무너진 코리안 드림…“한국에 놀러간 거 아니에요”
이번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태국인 '나티차 마깨우(27)'씨는 코로나로 한국어 강사 일을 그만두게 되자 방콕의 한 한국식당에서 일했다. 식당 사장님은 "나티차는 우리말을 잘해서 다른 종업원들과 통역 역할을 해줬으며, 조용하고 너무 착한 아이"였다고 그녀를 기억했다. 그리고 기자에게 "공부하러 간거지, 절대 놀러간 거 아니에요"라며 몇 번을 강조했다.
1. 나티차 마깨우(김보민)
숨진 나티차씨의 모교인 마하사라캄 대학 홈페이지에는 그녀의 사진과 함께 '그녀가 편히 잠들기를 바란다'는 안내문이 올라왔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서울 상명대 국제문화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그녀는 식당 사장님과 한글로 SNS를 주고받을 만큼 우리말을 잘했다.
대학 졸업 후 방콕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지만,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었고, 다시 한국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한국어 등급'이 필요했다. 여기저기서 어렵게 모은 돈으로 서강대 어학원에 등록했고 그렇게 다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의 애칭(태국인들은 모두 애칭을 부른다)은 밤(BAM)이었는데,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Kru Bam(밤선생님)'으로 불렸다. 그 '밤'이라는 애칭에서 온 것일까. 그녀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그녀의 이름은 또렷한 한글로 '김보미'로 등록돼 있다.
2.
그녀는 방콕에서 차로 6시간 정도 떨어진 펫차분주 출신이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향의 작은 마을은 슬픔에 잠겼다. 아버지 싸컨 씨(67세)와 어머니 나 씨(64세)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향 집에 오면 집에만 있을 정도로 착한 딸이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고 했다. 그녀는 외동딸이다.
KBS 방콕지국과의 통화에서 그녀의 가족들은 "서울에 있는 태국대사관에서 SNS 메시지를 통해 딸의 죽음을 알려줬지만, 처음엔 믿지 않았다"고 했다. "한참 뒤 지문 확인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딸의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태국 대사관 측은 서울에서 장례를 치르는 방법과 시신을 운구해서 태국의 고향에서 장례를 치르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줬다. 부모님은 고향에서 딸을 떠나보내고 싶다고 했지만, 시신 운구에 40만 바트(1,600만원)가 필요하다고 했다. (40만 바트는 태국 대졸 신입사원의 2년 치 연봉만큼 큰 돈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직 딸의 대학 대출금도 갚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3.
숨진 나티차씨의 가족들이 시신 운구에 드는 비용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이 어제(1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이 소식을 들은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이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고, 위로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같은 사정이 외교부 등에 보고됐고, 이날 오후 외교부와 서울시는 이번 참사로 숨진 외국인에게 각각 위로금 2천만 원과 장례지원금 1,5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장례식 절차도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타이레스(Thairath) 등 태국 주요 언론은 한국 정부가 장례식과 시신 운구 비용 등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속보로 내보냈다. 또 다른 언론사(Sanook.com)의 관련 기사에는 "한국답지 않은 사고지만, 한국답게 해결하라 (เหตุการณ์ที่ไม่สามารถเกิดขึ้นในเกาหลีได้เกิดขึ้นแล้ว แต่แก้ปัญหานี้อย่างเกาหลี) "는 댓글이 달렸다.
이번 참사로 숨진 외국인은 모두 26명이다. 나티차씨의 가족들은 KBS와의 통화에서 그녀는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을 너무 사랑했으며, 한국 드라마 속 배우의 대사를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그녀의 장례식은 시신이 다시 고향에 돌아오는 사나흘 후쯤 가족장으로 열린다. ##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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