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날것 같아요, 와주세요" 경찰 11건 출동요청 외면했다
"사람이 계속 밀려 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 너무 소름 끼쳐요. 제발 경찰이 좀 나서서 통제해 주세요."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골목길. 한 시민으로부터 "압사사고가 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이때 시간은 오후 6시 34분. 이후 약 10건의 압사사고를 예고하는 시민들의 '절규'와 같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약 4시간 후 156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당하는 대한민국 최악의 압사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이 첫 신고 후 현장 관리에만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인 셈이다.
1일 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역 사고 현장에서 접수된 112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날의 참담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첫 신고 접수 이후 1시간 반이 지난 오후 8시 9분에 한 신고자는 "여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치고 있다"면서 "단속 좀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예년보다 사람이 특별히 더 많지 않았다"는 당국의 기존 분석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앞서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오전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오후 6시에 접수된 최초 신고는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름 끼치는 정도라 압사사고가 날 것 같다"는 시민들의 호소를 '불편함을 호소하는 정도'로 치부하는 안일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는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더 고통스럽게 전해졌다.
오후 8시 33분. 한 신고자는 "사람들이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사고가 날 거 같다"면서 "길이 삼거리에서 완전히 막혔다"고 했다. 이 신고자는 경찰에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골목의 정체 상황을 영상으로까지 찍어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현장에 방문하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자체 종결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더 잦은 빈도로 시민들이 경찰에 도움을 호소했다. 앞선 신고 20분 후 한 신고자는 휴대폰이 제대로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다"면서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화를 응대한 경찰관은 "계시는 장소 스펠링 한번 더 불러달라"는 등의 안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난 전화 아니에요"라는 신고자의 호소도 사고를 막는 데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참사 1시간 전부터는 이미 구조작업이 시작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후 9시에 접수된 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태원역 1번 출구 골목길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깔리면서 시민들이 이를 구조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신고자는 "대형사고가 나기 일보 직전"이라면서 "저는 지금 구조된 상황이지만 인파가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고는 112 신고 대응 체계상 가장 최단 시간 내 출동하라는 '코드0'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대 시민 통제해 종결 처리"한 것에 그쳤다. 다른 7건의 신고 역시 우선 출동하라는 '코드1' 지령이 떨어졌지만 효과는 없었다.
경찰이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외면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신고자들이 잇따라 해당 골목길에서 사고가 났다고 했지만, 경찰은 "위치가 어디냐, 이태원 역쪽이냐"며 재차 반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시민들이 '해결책'을 경찰에 제시하면서 조속한 경찰력 동원을 촉구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오후 9시 7분에 접수된 신고에서 한 시민은 "사람들을 원웨이, 일방통행 할 수 있게 조치 좀 부탁한다"면서 "압사당할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참사는 첫 신고가 있었던 6시 34분부터 이미 시작된 셈이다.
마지막 신고가 시작된 오후 10시 11분. 신고자는 "압사될 거 같다"면서 "코사인 앞이에요"라고 말했다. 경찰은 "예? 포카인요?"라고 다시 묻는다. 그리고 이내 수화기 너머로 비명소리가 들렸다. 소방당국에 접수된 압사사고 신고는 오후 10시 15분. 반복적으로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는 11건이 그렇게 묻혀갔다. 1일 기준 이날 이태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156명에 달한다. 신고자 중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뒤늦게 이 같은 신고들에도 왜 일선 현장 근무자들의 대응이 없었는지 감찰한다는 방침이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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