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율주행 현실 자각한(?) 포드
2022. 11. 2. 08:28
-레벨4는 먼 미래, 현실에선 레벨3에 집중
지난 2007년 로봇공학자인 브라이언 세일스키와 캐나다 출신의 자율주행 엔지니어 크리스 엄슨이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어번 챌린지에 ‘카네기 멜론’ 팀으로 참가했다. 이때 소프트웨 개발팀을 이끈 인물이 크리스 엄슨이다. 크리스는 2017년 자율주행기업 ‘오로라(AURORA)’를 창업했고 2019년 현대차도 3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를 계기로 지난 2016년, 로봇공학자인 브라이언 세일스키는 자율주행 엔지니어 피터 렌더와 함께 자율주행 기업 '아르고(Argo)'를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 설립했다. 세일스키는 2002년 피츠버그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철도 신호 장비기업인 유니온스와치에서 열차 충돌 방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이후 카네기 멜론 로보틱스 연구소로 옮겨 피터 렌더와 함께 근무했다. 세일스키와 함께 일했던 피터 렌더는 디트로이트 미시건 출신으로 2015년 우버의 첨단기술그룹(Advanced Technology Group) 책임자로 자율주행 유닛을 맡기도 했다.
이처럼 창업자들의 쟁쟁한 자율주행 이력을 바탕으로 2016년 아르고가 설립되자 포드는 즉각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자율주행 지능의 필요성을 공감한 폭스바겐도 포드의 권유로 2020년 26억 달러를 투자하며 대주주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그러자 탄탄한 자금을 기반으로 아르고는 사람의 간섭이 전혀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개발에 나섰고 개발 비용을 낮추기 위해 2017년에는 라이더 제조사인 프린스턴 라이트웨이브를 인수했다. 또한 2018년부터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기반의 자율주행 시험차의 실증 운행에 이어 2020년에는 포드 이스케이프에 레벨4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고 주행 실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용화를 앞둔 듯 지난해 포드는 미국 내 승차공유기업 리프트에 자율주행차 1,000대를 공급키로 하고 월마트와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도 함께 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돈을 쏟아부으며 자율주행 지능을 만들어도 좀처럼 완벽한 레벨4 수준에 도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선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추가 투입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고민만 늘어갔다. 동시에 전동화 부문 또한 많은 투자가 필요해지자 전략을 수정했다. 아르고가 매진해 왔던 레벨4 대신 오히려 레벨3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결국 아르고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으며 완벽한 자율주행 기대감을 가졌지만 미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 오히려 현실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포드 내에서 이같은 전략 수정을 이끈 인물은 자율주행 기술 총괄인 더그 필드 부사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과거인데 1987년 포드에 입사해 2013년 테슬라로 옮겨 배터리팩을 개발하다 2018년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책임자로 임명된 바 있다. 일명 ‘타이탄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2021년 다시 포드로 돌아온 그는 “레벨4 자율주행은 사람을 달에 보내는 것보다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제아무리 잘 나가는 IT 기업도 레벨4 자율주행은 아직 멀리 있음을 인정하면서 상용화 확신이 없는 자율주행이 자칫 자동차기업 내에서 '돈 먹는 하마'로 바뀔 수 있음을 우려한 셈이다.
사실 아르고를 청산하는 것 자체는 포드로서도 고심 끝에 결정한 사안이다. 무려 36억 달러, 우리 돈으로 5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완벽한 지능을 구축하려 했던 꿈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결정인 탓이다. 그럼에도 포드는 어려운 미래보다 눈에 보이는 미래를 대비하는 게 기업적 시각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자율주행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아르고 청산의 배경이 됐다. 포드의 론 롤러 최고 재무책임자는 "수익성 있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대량 배치는 아직 멀었다"며 "지금은 현실적인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포드의 결정이지만 사실 자율주행에 대한 고민은 현재 완성차기업의 최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방향은 맞지만 상용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익조차 나지 않는 사업에 무한정 투자를 진행할 수도 없다. 올해 7월까지 폭스바겐그룹을 이끌었던 헤르베르트 디스 전 CEO 또한 비슷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폭스바겐그룹이 2026년까지 자율주행에 25조원을 투자하지만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율주행이 점차 계륵으로 변하는 것 같다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자율주행 시대는 정말 실현이 가능한 것일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만드는 시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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