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도 극우 돌풍…‘올드 보이’ 네타냐후 재집권 유력
이스라엘 총선서 우파블록 승리
출구조사서 120석 중 우파블록 61~62석, 반네타냐후 블록 54∼55석 예상
극우 정당 연합 ‘독실한 시오니즘당’ 14∼15석으로 원내 제3당 ‘약진’
“야당이 되는 것이 숙명이라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 위험한 정부를 뒤집고 나라를 우리의 길로 이끌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다. 곧 돌아올 것이다”
지난해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이스라엘의 ‘올드 보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그의 말처럼 재집권을 바라보게 됐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방송사들이 총선 투표 종료 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타냐후 전 총리 측의 우파 블록은 전체 120석의 크네세트(의회) 의석 중 과반인 61∼6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네타냐후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우파 정당 리쿠드당의 예상 의석수는 30∼31석, 극우 정당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 당’은 14∼15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는 10석,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7석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3월 총선 당시 6석을 얻는 데 그쳤던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이번 총선에서 두 배 이상 많은 의석을 확보해 원내 제3당이자 우파 블록 내 제2당 자리에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반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했던 블록의 예상 의석수는 54~55석에 그쳤다.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는 22~24석,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국가통합당은 11∼13석, 이스라엘 베이테이누 4∼5석, 좌파 정당인 메레츠 4석, 노동당 5∼6석, 아랍계 정당 라암 5석 등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유사하다면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반네타냐후 연정에 밀려나 실각한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권좌에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총리 임기에 이어 2009년 3월 31일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5년 넘게 집권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더 늘리게 된다.
올해로 73세인 네타냐후 총리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이스라엘 우파의 상징적 인물이다. 1996년 만 46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 이스라엘 건국 이후 자국에서 출생한 첫 총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임기, 2009년 3월 31일 재집권 이후 12년 2개월(과도정부 총리 재직기간 포함) 등 총 재임 기간 15년 2개월의 최장기 집권 타이틀도 보유했다.
1949년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네타냐후는 사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에 다녔고 1967년 귀국해 최정예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했다. 군 복무 중에는 텔아비브 피랍 여객기 구출 작전에 참여했다가 다치기도 했다.
그는 1976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된 프랑스 여객기 구출 작전에서 특수부대의 지휘관이던 친형 요나탄이 사망한 뒤 테러리즘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대위로 전역한 네타냐후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건축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1982년 정계에 입문해 1988년에 크네세트 의원이 됐다.
2003년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연립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지만 2년 후 샤론 총리가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 철수를 강행하자 장관직을 던지기도 했다. 이후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아 10년 만에 재집권했고, 2013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3선, 2015년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은 우파 내 분열을 초래했고, 이는 2019년 이후 5차례나 조기 총선을 치르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반네타냐후 블록’에는 극우 성향의 민족주의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와 우파 정당 뉴 호프의 기드온 사르 대표 등 과거 그의 우호 세력들이 가담했다. 유대 민족주의와 우파 정당들을 권력 기반으로 삼았던 그는 팔레스타인은 물론 ‘앙숙’ 이란 등에 대한 초강경 노선으로 우파의 결집을 유도해왔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우파 블록 내 극우 성향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이 약진하면서, 네타냐후가 구성할 차기 연립정부는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띨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총선 직전 독실한 시오니즘당을 이끄는 극우 성향 정치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를 치안담당 장관에 임명해 ‘분쟁의 성지’로 불리는 동예루살렘의 성전산을 지키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치안담당 장관은 경찰조직을 관할한다.
또 네타냐후는 현 정부에서 주도한 레바논과의 역사적인 해상 경계 획정도 무효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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