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멸종 위기도 서러운데 뿔마저 짧아졌다 [사이언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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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의 상징인 뿔이 130년 동안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뿔소가 뿔을 다양한 곳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길이 감소는 생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에드가 터너 교수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인간과 자연'에 "1886년부터 2018년 사이 전 세계에서 촬영된 코뿔소 사진 80점을 분석한 결과 코뿔소 5종 모두 갈수록 뿔이 짧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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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종 모두 뿔 길이 감소 확인
긴 뿔 개체를 집중 사냥한 탓
코뿔소의 상징인 뿔이 130년 동안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냥꾼들이 긴 뿔을 선호하면서 짧은 뿔을 가진 코뿔소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코뿔소가 뿔을 다양한 곳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길이 감소는 생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에드가 터너 교수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인간과 자연’에 “1886년부터 2018년 사이 전 세계에서 촬영된 코뿔소 사진 80점을 분석한 결과 코뿔소 5종 모두 갈수록 뿔이 짧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5종 모두 뿔 짧아져
연구진이 분석한 사진은 12점을 빼고는 모두 사육 중인 코뿔소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야생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에게 잡혔거나 야생에서 살던 코뿔소가 낳은 1세대여서 자연 상태의 코뿔소를 반영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헬싱키대의 오스카 윌슨 연구원은 “코뿔소는 뿔로 먹이를 찾거나 적을 막아내는 식으로 다양한 곳에 사용한다”며 “뿔이 짧아지면 결국 생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마구잡이로 코뿔소를 사냥했다. 코뿔소는 뿔 달린 머리가 사냥꾼들에게 벽에 거는 기념물로 인기가 높았고,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뿔이 고가의 약재로도 팔렸다.
연구진은 코뿔소 사냥은 개체 수를 급감시켰을 뿐 아니라 코뿔소 뿔도 짧게 했다고 밝혔다. 사냥꾼들이 긴 뿔을 가진 코뿔소를 선호하면서 짧은 뿔을 가진 코뿔소가 살아남아 자손을 낳을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코뿔소는 대표적인 멸종위기 동물이다. 흰코뿔소·인도코뿔소·검은코뿔소·자바코뿔소·수마트라코뿔소 5종이 있는데. 이중 검은코뿔소·자바코뿔소·수마트라코뿔소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이 멸종 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정한 절멸 위급종으로 분류된다.
이번 분석 결과 검은코뿔소와 흰코뿔소의 뿔이 전체 몸 길이와 대비해 가장 길었고, 수마트라코뿔소의 뿔이 가장 짧았다. 하지만 5종 모두 시간이 갈수록 뿔 길이가 줄어들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코뿔소에 대한 인식은 개선
연구진은 인터넷 코뿔소 자료 센터에 있는 사진과 그림을 분석했다. 센터에는 지난 500년 동안 코뿔소를 그린 그림과 사진이 수집돼 있다. 터너 교수는 “지난 여러 세기 동안 인간이 코뿔소를 어떻게 시각화했는지 살피면 이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전체 자료를 보면 1950년대 이후 코뿔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사냥감에서 보존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찍은 수백장의 사진은 대부분 사냥꾼이 죽은 코뿔소와 함께 찍은 것이었다. 이 중에는 미국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1911년 사냥한 코뿔소와 찍은 사진도 있다. 다른 그림들은 코뿔소를 인간을 공격하는 무서운 동물로 묘사해 사냥을 정당화했다.
반면 1950년대 이후 코뿔소는 죽은 사냥감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초점이 바뀌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시기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럽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사냥이 이전보다 쉽지 않아진 상황과도 맞물렸다. 윌슨 연구원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코뿔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코뿔소 보존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코끼리도 내전 탓에 상아 사라져
마구잡이 사냥이 야생동물의 외형을 변화시킨 예는 또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세인 캠벨-스태튼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모잠비크에서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이 성행하자 아프리카 코끼리 암컷들이 엄니 없는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970~1990년대 모잠비크 내전 동안 전쟁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상아 무역이 성행했다.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으로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코끼리 개체수는 2500여 마리에서 2000년대 초반 200여 마리로 급감했다. 그 사이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늘어났다.
내전 이전에는 자연 상태에서 상아 없이 태어난 암컷은 18.5%를 차지했다.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밀렵꾼이 외면했다. 그러자 내전 이후 암컷 91마리가 상아 없이 태어나 전체에서 33%를 차지했다.
캠벨-스태튼 교수는 “수학 모델로 분석한 결과 상아를 가진 코끼리만 골라 죽이는 밀렵이 결국 상아 없는 코끼리를 자연선택하는 압력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다른 야생동물에서도 인간의 사냥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사례가 있다. 2009년에는 캐나다 앨버타주에 사는 큰뿔야생양이 사냥으로 인해 뿔 크기가 20년 동안 20%나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리랑카에 사는 아시아코끼리 수컷 중 상아를 유지하는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참고자료
People and Nature, DOI: https://doi.org/10.1002/pan3.10406
Science, DOI: https://science.org/doi/10.1126/science.abe7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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