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칼럼]시진핑'1인 천하'···對中 공공외교 강화해야

여론독자부 2022. 11.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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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3연임 통해 장기집권 굳힌 시진핑
관례 깨고 심복들로 지도부 채워
美·中 충돌, 韓 경제안보 위협 야기
외교환경 변화 맞춰 소통 늘려야
[서울경제]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미래 중국을 이끌어 나갈 지도부 구성이었다. 예상대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관례를 깨고 총서기직을 세 번째 연임하게 됐다. 또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은 과거 시 총서기와 연고를 맺었던 책사와 비서·심복·그림자 등으로 채웠다. 1960년대에 출생한 유일한 6세대인 딩쉐상 중앙판공청 서기도 차세대 후계자보다는 관리형에 가깝다. 한편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위원도 과거 승진 경로와는 무관하게 시 총서기와 연고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오히려 기율과 선전 분야에서 일하던 이데올로그 등을 등용하는 등 체제 수호에 대비하고자 했으나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이외에는 대전환 시대의 경제 사령탑을 맡을 사람도 없다. 반면 상대적으로 개혁적이었던 공산주의청년단의 이른바 퇀파이(團派)는 몰락했다. 리커창 총리,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은 은퇴 수순을 밟고 있고 후계그룹의 한 사람이었던 후춘화 부총리는 정치국원에서 중앙위원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인사는 정책 방향을 전망하는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 정치 과정의 역동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정책 결정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었으나 후계 체제 등은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았고 비록 제한적이었으나 당 내 견제와 균형이 있었고 능력에 기초해 선발하는 업적주의(meritocracy)가 작동해 왔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에서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밀실 정치가 만연했고 당 내 민주주의도 크게 후퇴했다. 따라서 지도자의 의중과 눈치를 보는 관료주의와 인기영합주의에 빠질 위험이 커졌고 차기 후계자 예측도 당분간 시계가 불투명하다. 현재로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닮아가는 시 총서기가 후계그룹을 조기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려봐야 알겠지만 국무원 등의 인사에서 기존의 서열을 파괴하는 또 한 번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이번 당대회에서 유독 강조한 ‘안보’를 위해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여 기존 서열 체계를 바꾸거나 6세대를 건너뛰고 7세대에서 차기 권력을 배양한다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이렇다 보니 중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정치와 정당정치 이론에 해박한 중국 학자들이 사석에서는 “중국 정치의 결함을 잘 알고 있지만 빅뱅식 개혁은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서서히 진화하는 ‘점진주의’와 경험을 축적해가면서 발전하는 점증주의(incrementalism)가 필요하다”고 토로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념과 노선도 중국 것이 좋고 현대화도 중국 것이 좋으며, 서구의 길을 거부하고 마르크스주의 기본 제도를 따른다는 자기 검열에 묻혀 하나의 목소리만 크게 들릴 것이다.

실제로 국제질서와 미래를 관통하는 국가대전략, 미중 전략 경쟁의 대응전략, 중국 경제의 연착륙 방안, 소프트파워를 통한 매력 중국의 청사진 대신 미국과 체제 경쟁, 담론 경쟁 및 사회주의 중국의 길을 고수하기 위해 ‘분투와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공론장이 사라진 곳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같은 선전의 깃발이 걸릴 것이고 국제사회도 이러한 중국을 보는 불편함 때문에 비호감도와 부정적 인식은 더욱 고착될 것이다. 미국 일각에서 이번 당대회가 끝난 뒤 ‘생큐 차이나, 생큐 시진핑’이라고 화답한 이유도 조 바이든 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중국의 패착이 덮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쇄 중심의 정책 피로를 극심하게 겪고 있는 중국의 시민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며 진정한 한중 관계를 위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중국의 벗들은 곳곳에 있다. 한국의 대중국 공공외교가 우리 정책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중국인들의 마음에 파고들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체감하고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점검할 필요도 여기에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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