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제국은 왜 몰락했을까? 2022년 영국 올해의 축구책, ‘바르사’ 발간
[포포투=정지훈]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한 바르셀로나는 왜 몰락했을까? 이 해답이 이 책에 있다.
스포츠 책의 고전이 될 서적이 출간됐다. 사이먼 쿠퍼가 집필한 《바르사: 리오넬 메시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 클럽의 흥망성쇠》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매주 스포츠 분야는 물론이고, 정치와 사회, 책에 대한 글을 쓰는 사이먼 쿠퍼는 《축구 전쟁의 역사》,《풋볼멘》 같은 축구 팬이라면 읽어야 할 저작들을 써낸 최고의 스포츠 저술가다. 그의 신간 《바르사》는 30년간 취재한 FC 바르셀로나가 위대한 클럽으로 도약하는 과정과 몰락을 보여 준다. 클럽 경영진과 바르사의 소시(soci, 바르사 클럽 회원), 선수들과 축구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기록한 역작이다. 특히 바르사 고위층과 메시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는 ‘클럽 그 이상’을 표방하는 바르사에 씌워진 이미지가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2022년 영국 ‘올해의 축구 책’으로 선정됐다.
《바르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클럽 바르사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들이 한때 세계 축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을 추적한다. 바르사는 요한 크루이프라는 천재를 만나 그들만의 독특한 축구를 구축했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 클럽 전체를 관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축구가 그것이다. 이 철학의 핵심은 몸이 아닌 생각의 속도를 높이면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혁신적이었던 이 사상은 바르사에서 뿌리를 내려 펩 과르디올라의 시대에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축구라는 결실을 맺었다. 2010년대 스페인의 유럽 제패와 위대한 팀 바르셀로나가 그 증거다. 이후 바르셀로나는 현대 축구의 중심지였고 ‘클럽 그 이상’이라는 모토에 걸맞은 클럽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2년의 바르사는 이제 더 이상 위대한 클럽으로 불리지 않는다. 바르사는 메시가 무급으로 뛰어도 클럽의 재정 상황을 맞출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파리에 가야만 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던 클럽이 순식간에 무너진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아니라, 클럽을 정치에 이용하는 경영진, 클럽 그 이상의 선수가 된 메시 때문이었다. 선거에 메시를 활용하려는 경영진은 메시의 눈치를 봐야 했고, 메시는 라커룸에서 감독도 어쩌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메시의 연봉은 1억 5,000만 유로에 달했다. 바르사가 찍은 최고 매출은 축구팀으로는 역대 최대인 11억 달러 정도였지만, 선수단에 뿌리는 임금은 7억 유로를 넘을 정도였다. 팬데믹으로 매출이 무너지자 바르사의 재정은 순식간에 위기에 처했다. 방만한 경영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금으로 바르사는 순식간에 몰락했다.
축구적으로도 바르사는 달라졌다. 크루이프에서 시작되어 펩이 완성한 바르사 축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바르사는 메시와 그의 오랜 친구들을 위한 팀으로 바뀌고 있었다. 바르사 특유의 론도 훈련은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가 더 진지하게 한다. 바르사의 축구 철학은 오히려 뮌헨과 맨체스터에서 꽃피우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말해주는 사실은 명백하다. 축구는 시스템이 아니라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한 분야라는 것이다. 어떤 시스템도 뛰어난 선수, 특히 메시 같은 선수를 대체할 수 없다. 최고 수준의 클럽은 높은 수준의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도 뛰어난 선수를 대체할 수 없다.
축구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위대한 시절의 바르사처럼 되기를 원한다. 감독이 바뀌어도 일관된 철학과 일정한 경기력을 보이며 다른 클럽들의 본보기가 되는 클럽이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바르사로 인해 완전히 무너졌다. 축구는 결국 대체 불가능한 선수들이 한다. 어떤 시스템도 결국 뛰어난 선수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은 이제 어떻게 될까. 바르사는 여전히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구단이다. 그리고 메시도 어떤 형태로든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높다. 바르셀로나는 앞으로도 빅 클럽으로 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크루이프의 철학이 희미해진 지금 위대한 클럽이라는 왕관은 더 이상 바르사의 것이 아니다. 바르사가 다시 위대한 클럽이 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형태는 아닐 것이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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