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내린 정부 "피해자 아닌 사망자로 표현하라"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번 참사로 숨진 시민들을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로 표현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참사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이틀 째인 지난 달 30일, 행정안전부 차관 주재로 '이태원 사고 관련 시도 부단체장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선 이태원 참사로 숨진 시민들을 "사망자", "사상자" 등으로 부르라며 이게 "객관적인 용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앙 정부가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에 '희생자' 등 다른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사실상 지침을 내린 겁니다.
정부는 "가해자가 불분명해 사망자로 표현"하는 게 맞단 입장입니다.
[김성호/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 명확하게 가해자, 또 이런 책임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희생자라든가 피해자 이렇게 용어도 사용합니다만,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정부는 전국에 마련된 분향소를 '사망자 합동분향소'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전국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천안함 사건 때 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 숨진 장병들을 '희생 장병'으로 불렀습니다.
국회에 출석한 이상민 장관은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참사 대신 사고가 중립적이라고 한 이유가 뭡니까?} …]
야당은 정부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이번 참사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위성곤/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이태원 참사 155분의 희생자가 그냥 죽은 사람입니까?]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정부가 향후 법적 대응을 고려해 용어를 선택한 걸로 보인단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인 행정문서에서 표현하는 것을 현 정부가 갖고있는 애도의 마음과 혼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
(영상디자인 : 최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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