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노루홀딩스, 1억에 판 물류사 140억에 되산 이유
한영재 회장, 로지넷 인수뒤 父子 공동소유
‘계열빨’로 성장…2016년 지주사가 재매입
한원석 74억…부친 홀딩스 3.1% 인수재원
‘장수(長壽)’는 기업인의 꿈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자가 삼대(三代)를 못간다’는 말 달리 생겨난 게 아니다. 경영 승계도 중요하지만 지분 대물림은 더욱 허투루할 수 없다.
가업 승계에 관한 한, ‘노루표 페인트’로 잘 알려진 중견 정밀화학그룹 노루(NOROO)처럼 가성비(?) 좋은 곳도 드물다. 최소의 비용으로 3대 승계 퍼즐을 착착 맞춰 나가고 있어서다. 2대 경영자 한영재(67) 회장이 꼭꼭 감춰왔던 3장의 승계 카드 중 하나인 ‘노루로지넷’이 좋은 예다.
한원석, 오너 일가 중 홀딩스 2대주주
노루의 3대 후계자 한원석(36) 노루홀딩스 전무는 현재 지주회사 노루홀딩스 지분 3.75%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부친 한 회장 30.57%(일가 등 7명 포함 46.18%) 다음으로 오너 일가 중 가장 많다.
주식시장에서 사모은 주식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경영수업에 발을 들인 초창기 2014년 4월~2016년 6월(0.19%)과 재작년 3~4월(0.47%)에 총 11억원을 주고 산 0.66%가 전부다.
대부분은 2016년 12월 한 회장이 넘겨준 것이다. 한 회장이 38.44%를 보유했을 때다. 이 중 3.08%를 61억원을 받고 한 전무에게 매각했다. 첫 지분 매각이었다.
묘한 점은 한 전무의 인수 재원에 있다. 계열사 지분을 팔아 충당했다. 바로 물류업체 노루로지넷이다. 한 회장이 부실 계열사를 헐값에 인수한 뒤 차고 넘치는 내부일감으로 회사를 키워 승계 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물류사 로지넷에 각별했던 한영재 회장
노루로지넷은 1991년 7월 ‘㈜대연’으로 설립됐다. 2010년 1월 노루가 그룹사 사명 및 로고를 ‘노루’로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을 실시한 무렵인 2009년 12월 지금의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현재 노루홀딩스가 지분 100% 소유한 최대주주다. 다만 설립 이래 줄곧 자회사로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5년 동안은 주인이 따로 있었다.
초창기 노루로지넷은 부실했다. 2001년 매출 121억원에 결손금이 53억원이나 됐다. 적자가 계속해서 쌓여왔다는 의미다. 자산(43억원) 보다 부채(75억원)가 32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당시에도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가진 노루홀딩스(당시 대한페인트잉크)다.
2002년 1월 주인이 바뀌었다. 오너인 한 회장이다. 노루홀딩스가 지분을 전량 한 회장에게 매각했다. 특히 대가로 받은 돈이 고작 1억3650만원이다. 주당가격이 액면가(5000원)의 15분의 1 밖에 안됐다. 노루로지넷 주식의 장부가치가 ‘제로’였던 터라 그럴 만 했다.
반면 한 회장은 노루로지넷을 오롯이 혼자 소유하지는 않았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2010년 지분이 51%로 축소됐다. 훗날 드러나지만, 이외 49%는 후계자인 한 전무 몫이었다. 한 회장이 증여해 줬거나 매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별했다. 한 회장이 직접 노루로지넷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한 것도 2013년 3월이다. 한 전무 또한 이듬해 1월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로지넷 변신의 비결…계열매출 80% 육박
주인이 오너 부자로 바뀌었을 뿐인데, 노루로지넷은 180도 변신했다. 자본잠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2012년으로 한참 됐다. 수치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는 의미다. 2015년에는 매출 312억원을 찍었다.
비결? 사실 뭐, 비결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다. ‘계열빨’이다. 증거가 있다. 2015년 노루페인트로부터 올린 매출(운송비)이 175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56%다. 현재 노루로지넷의 본점이 경기 안양의 노루페인트 본사 및 안양공장에 달리 있는 게 아니다.
물류운송계약을 맺은 다른 도료 계열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노루오토코팅(자동차용) 35억원, 노루비케미칼(플리스팅용) 18억원, 노루코일코팅(PCM 강판용) 14억원 등이다. 확인된 것만으로도 계열 매출비중이 줄잡아 80%에 육박했다.
노루홀딩스가 노루로지넷을 다시 자회사로 편입한 게 이 무렵인 2016년 11월이다. 한 전무 지분 49%와 한 회장 2% 도합 51%를 인수했다. 주당가격이 3만1400원으로 액면가의 6배가 넘었다. 대가로 지불한 돈은 77억원이다. 한 전무는 74억원을 손에 쥐었다. 한 전무가 부친의 홀딩스 지분을 인수한 게 이로부터 한 달 뒤다.
즉, 2016년 말 오너 부자간 ‘딜’은 한 회장이 노루로지넷 주주명부(49%)에 한 전무를 올린 다음 내부일감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자금(74억원)으로 자신의 홀딩스 지분 3.08%(61억원)를 인수하게 한 것에 다름 아니다.
노루홀딩스는 2018년 9월에는 한 회장의 잔여지분 49%도 64억원(주당 2만7100원)에 마저 인수했다. 결국 1억원 남짓을 받고 판 계열사 주식을 16년 뒤 100배가 넘은 141억원을 주고 다시 사들인 셈이다.
물류 계열사 노루로지넷이 후계 승계의 지렛대로서 제 역할을 다한 뒤여서 였을까. 한 회장은 올해 3월 노루로지넷 대표 명함을 버렸다. (▶ [거버넌스워치] 노루 ④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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