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기후정의 도시를 꿈꾸며
지난 글에서는 기후위기와 리질리언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최근 다양한 문헌들에서 강조하고 있는 기후정의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기후와 정의, 뭔가 어색한 듯한 두 단어가 결합되어 있는데, 이 개념들이 강조하는 바는 이전 호에서 소개한 것과 유사하다. 즉, 기후변화에 의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고, 이들은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 그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능력 모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들을 기후취약계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분명 기후위기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취하는 다양한 정책적, 기술적, 기법적 해결책들은 앞서 언급한 기후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하고 있다. 왜 그럴 수 있는지, 그렇다면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어떤 원칙들을 채택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들에 비해서 기후변화에 대응을 기반으로 한 기술들은 대부분 신기술이거나 기존 기술이 고도화된 기술인 경우가 많다. 결국, 고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사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기술들이 지불 가능해야 함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를 위해서 우리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역시 쉽지 않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우리 개개인의 취향, 습관, 경험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 관습, 총체적인 시스템 등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는 요소들도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고비용이 들거나 적절한 사회적 지위 또는 직업적 자유도 등을 갖춰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되, 집단마다 시차가 생길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를 낮추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공공 정책 및 금융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 행위에 의해서 특정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기도 하고, 세금이 부과되기도 하며, 추가적인 비용이 부과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 종량제는 환경을 위해 적절한 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는 보편적으로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사람들 모두에게 세금이 부과되는 체계이다. 일견 공평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이 비용은 누군가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어떠한 정책이나 기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몇 단계 이상 깊이 있게 복잡한 관계를 고찰해야 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기후정의 센터에 의하면 기후정의는 기후변화가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사람들과 그들이 거주하는 장소인 저소득 및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미치는 불균형적인 모든 영향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된다.
즉, 기후정의는 기후가 기후취약계층에게 미치는 직접적 영향 이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하는 대책들이 그들에게 미칠지 모를 불균형적 영향을 인식하고 그들을 배려하는 개념이다. 어쩌면 그 끝은 너무 이상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가능을 시도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가장 앞서서 반대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책임이 적었던 사람들이자, 기후변화 앞에서 가장 무력한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미 기후변화 큰 영향을 미친 기업들과 사람들은 ESG라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유로, 새롭고 힙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마저 소비하는 그 순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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