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이태원 참사에 '나홀로 정부 공세'…당내 고립 심화

정성원 2022. 11.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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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劉, 이태원 참사에 "잘못 규명해 책임 물어야"
'발언 논란' 행안장관엔 "당장 파면해야" 촉구
'사태 수습 먼저' 강조 與 "파면 언급 부적절"
'여당 내 야당' 이미지 부각…차기 당권 노려
일각선 "劉 메시지가 野 공세 다시 유도했다"
당권 지지 1위 劉, 당내 비호감도 더 커질 듯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9월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2022.09.29.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태원 참사'를 두고 연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공세를 이어가자 여당 내 반발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유 전 의원이 정부에 날을 세우자 정쟁을 중단했던 야당이 다시 공세에 나섰다는 볼멘 목소리까지 나온다. 당과 괴리가 심화하면서 전대 출마를 노리는 유 전 의원에게 당내 지형이 불리해지는 모양새다.

유 전 의원의 공세적 행보는 '여당 내 야당' 세력으로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당 대표로 활동하면서 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해 대척점을 이루며 '여당 내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보수와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며 대권을 거머쥔 바 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유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다른 데다 배신자 프레임도 여전해 오히려 당권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질타하며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강조하는 내용의 글을 두 차례 올렸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첫 글에서 "국가는 왜 존재하나.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며 "철저히 잘못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앞으로 어떻게 이런 인재(人災)를 막을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선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 날인 1일 오전에는 헌법 34조 6항 법조문을 언급하며 '#국가는왜존재하는가' 문구를 올렸다.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울=뉴시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헌법 법조문.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유 전 의원의 메시지는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 "사태 수습이 먼저"라 강조하는 당 지도부와 결을 달리한다. 이 같은 행보는 정부당국의 안일한 예방책을 지적해 당 지도부와 다른 '여당 내 야당'의 모습을 부각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차기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이런 유 전 의원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당초 이 장관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했던 당내 의원들은 전날 이 장관 파면을 주장한 유 전 의원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충분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인데 파면부터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파면 얘기를 내놓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 문제를 왜 지금 거론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메시지가 오히려 정쟁 중단을 선언한 야당이 다시 공세에 나서도록 유도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여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메시지 이후 발언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이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비롯해 정부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부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형사 책임만 따지고 있다"며 공세를 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장관은 '경찰·소방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상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2022.11.01. myjs@newsis.com

여기에 더해 일각에서는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태원 사고 현안보고' 이후로 야권의 공세가 더욱 심화했다고 봤다. 야당은 이 장관의 사과와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내주 현안질의 재추진과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뒤통수만 치니 할 말 많은 야당에 여야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기 좋은 상황만 만들었다"며 "야당이 이를 기반으로 애도 기간 이후 공세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친윤계 의원들의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의 이번 행보를 계기로 오히려 당내 의원들의 압박과 당원들의 비호감도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 경선 모두 여론조사에서 유리했지만 당원 마음을 잡지 못해 패했다"며 "대안세력으로 보이고 싶겠지만, 오히려 국민의 슬픔과 아픔을 '자기 정치'에 이용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유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책임에 대해선 진상 확인 결과를 지켜봐달라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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