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노동자 대탈주, 아이폰 불매운동해야 할 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세계 최대의 아이폰 생산 기지인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대거 탈출하고 있어 아이폰 생산 차질은 물론 애플의 도덕성에도 흠집이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아이폰 생산 과정은 이렇다. 애플은 설계만 하고 조립은 전량 대만업체들이 한다.
대만업체들은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인도에서 아이폰을 조립하고 있다. 폭스콘은 중국 정저우와 선전 등에 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또 다른 대만업체인 위스트롬은 최근 인도의 IT 수도인 벵갈루루 인근에 아이폰 조립공장을 건설,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아이폰을 조립하고 있는 곳은 크게 정저우, 선전, 벵갈루루다. 그중 정저우에서 아이폰의 약 70%가 조립되고 있다. 정저우가 아이폰 제조의 메카(중심)인 것이다.
그런 정저우에서 최근 코로나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시 정부가 전면봉쇄령을 내렸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전면봉쇄가 내려진 지역 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폭스콘은 이른바 ‘폐쇄 루프’ 방식으로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폐쇄 루프는 노동자의 출퇴근이 금지되는 등 외부와 차단한 채 생산을 하는 방식이다. 노동자들이 출퇴근하면서 코로나를 옮길 수 있어 노동자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생산 방식이다.
현재 정저우 아이폰 조립공장의 노동자는 약 20만 명이다. 약 20만 명의 노동자가 폐쇄 루프 방식으로 조업을 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폐쇄된 공간에 머물자 하나둘씩 코로나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노동자들이 대거 탈출하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 한 탈주 노동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모 씨(20)는 최근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이 두려워 공장을 탈출, 40km를 걸은 끝에 인근 마을에 도착해 버스 편을 이용,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동씨는 “동료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음식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회사는 식당을 폐쇄한 대신 빵을 제공하고 있지만 매끼 빵만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폐쇄 루프가 시행되기 전에는 기숙사 식당이나 공장 인근의 식당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폐쇄 루프 시행 이후에는 빵만 먹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저우 공장에 20만 명이 근무하고 있어 기숙사를 11명이 함께 써야 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코로나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뿐 아니라 “기숙사의 복도는 쓰레기장으로 변했고, 화장실은 오물로 넘쳐난다”며 “인간이 생활할 환경이 못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탈출을 결심했다. 그러나 대중교통 수단이 없었다. 회사가 완벽한 격리를 위해 시내 주요 지점과 연결되는 셔틀버스를 끊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전 8시에 카이펑 근처의 작은 마을을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까지는 약 40㎞였다. 그는 오후 4시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약 9시간 행군을 한 셈이다.
그는 "마치 악몽을 꾼 것 같다"며 "다시는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저우 공장의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라는 특수상황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물론 중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환경을 제공한 폭스콘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자의 건강 따위는 무시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몰랐다고 발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인 블룸버그가 정저우 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를 폭로했다. 애플도 이제 몰랐다고 잡아떼기 힘들 터이다.
물론 애플은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사실 인력 관리가 쉽지 않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아이폰을 전량 위탁 생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 책임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서구의 운동가들은 나이키가 개발도상국에서 미성년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이키 불매운동을 자주 벌인다.
특히 미국은 중국 당국이 신장의 위구르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신장산 면화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아이폰 조립공장의 노동자들이 인권은 아니지만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어찌 보면 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건강권이다. 정저우 아이폰 공장의 노동환경이 이 정도로 열악하다면 서구의 운동가들이 아이폰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 정상 아닐까?
미국이 미국 회사인 애플 아이폰을 생산한다고 아이폰 조립공장 노동자의 처지를 외면한다면 이건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중 표준’(double standard)의 전형일 터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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