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녀[오늘을 생각한다]

2022. 11. 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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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몇년에 한 번 휴대전화를 교체하는가?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성인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평균기간은 약 2년 4개월이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된 2000년대 초부터 우리는 이미 10대 정도의 단말기를 사용해온 셈이다.

소비자가 휴대전화 1대를 소유하게 되기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확히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핵심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을 고려하면 그 양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6 플러스 모델의 생산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대에 약 89.1kg에 이른다. 이 외에도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양까지 거칠게 계산하면 휴대전화를 손에 넣기까지 10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손바닥 크기만 한 이 물건에 피눈물과 정치적 역학관계가 서려 있기도 하다. 휴대전화 생산 시 평균 62종의 금속이 사용되는데, 이중 리튬, 희토류, 코발트 등은 특정 지역에서만 채굴되고 매장량도 매우 적어 희소금속으로 분류된다. 희소금속 매장지역에서는 잦은 분쟁이 발생할 뿐 아니라 아동노동, 불공정무역,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전자폐기물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경제포럼(2021)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 휴대전화를 수거해 희소금속의 재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 나아가 최대한 오래 쓰자는 운동도 전개된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배터리 성능 저하, 수리의 어려움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수리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공식 서비스센터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거나 조금 오래된 제품은 부품이 단종돼 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법에 명시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2020년 일정 기간 부품 단종을 금지하고, 사설 업체에서 휴대전화를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수리할 권리’ 법안이 통과됐다. 프랑스에서는 소비자가 ‘수리 가능성 지수’를 보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가 강제된다. 미국에서는 2021년까지 모두 27개주에서 수리할 권리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드디어 올해 6월 뉴욕주에서 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주지사의 서명이 지연되고 있지만,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다른 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요 휴대전화 제작사들은 자체 수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속가능한 휴대전화를 내세운 기업이 등장했다.

자원과 지구의 한계로 휴대전화뿐 아니라 모든 전자기기, 더 나아가 소비에 대한 의식 전환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 전에 웬만한 제품에 대해서는 DIY(Do It Yourself)가 가능한 ‘수리남’·‘수리녀’가 될 수 있도록 다들 고쳐쓰기를 지금 당장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현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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