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外[신간]
2022. 11. 2. 06:40
강제퇴거와 ‘그들의 골목’
재개발사업은 분양으로 이익을 실현하기 전까지 대출로 운영된다. 공사가 지연되면 이자 부담이 늘기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는 빠른 철거를 위해 철거업체를 동원한다. 철거업체는 다시 용역 깡패를 고용한다. 이들의 갖은 협박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 남은 이들은 더 고립된다. 그렇게 남은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운다. 얻어맞아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니, 세상에 말을 걸 수단으로 망루에 오른다. 하지만 용산4구역이 그랬듯 대부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진압당한다. 6명이 숨진 용산참사가 있었던 자리에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가 올라섰다. 무리한 진압작전을 폈다는 비판을 받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재선의 국회의원이 됐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으로 복귀해 용산 르네상스를 다시 열겠다고 한다. 용산참사가 있기 3년 전 서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맞은편에 ‘무악2구역’이 지정된다. 형무소에 갇힌 독립운동가, 민주화 운동가들을 위해 가족과 동료들이 밥과 옷을 지어 보낸 곳이라 ‘옥바라지 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은 동네다. 소설가 박완서가 살고, 그의 소설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지 10년 만에 골목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경희궁롯데캐슬이 들어섰다. 책은 용산과 아현동, 독립문 등 재개발 과정에서 쫓겨난 사람들, 그들이 살던 골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빈곤사회연대의 활동가다. 재개발은 남아서 분양받을 경제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해 떠나야 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를 더 키운다. 저자는 “핏줄같이 뻗어 있던 골목들을 지우고 반듯하게 올라선 아파트들은 마을버스와 재래시장을 없애고 담장을 높여 지역의 역사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한다”고 말한다. 강제퇴거에 맞서 싸운 이들의 이야기는 동네의 역사를 기억하는 의미도 갖는다.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강민영 지음·휴머니스트·1만6000원
소설가 강민영의 자전거 생활 예찬기다. 자전거에 오르자 가라앉아 있던 일상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전거 타기를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 문장 곳곳에 녹아 있다. 자전거 위에서 바라본 풍경과 이야기가 유려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피난하는 자연
벤야민 폰 브라켈 지음·조연주 옮김·양철북·1만7000원
기후위기로 지구 곳곳에서 거대한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북극과 남극, 온대와 열대 등 지구 전역에서 동물의 대이동이 일어난다. 숲도 아주 느리지만 산을 오르고 있다. 독일의 환경기자인 저자는 4년에 걸쳐 전 세계를 다니며 기후위기의 위험한 징후를 기록했다.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황헌만 지음·소동·3만5000원
습지에는 지구 생물 중 약 2%, 해양생물의 약 60%가 산란하거나 서식한다. 15년 가까이 습지를 사진으로 기록한 저자는 자연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갖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무분별한 개발로 개체수와 생물종이 현격히 줄어드는 한강 하구 ‘교하습지’의 위기를 고발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김윤영 지음·후마니타스·1만6000원
재개발사업은 분양으로 이익을 실현하기 전까지 대출로 운영된다. 공사가 지연되면 이자 부담이 늘기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는 빠른 철거를 위해 철거업체를 동원한다. 철거업체는 다시 용역 깡패를 고용한다. 이들의 갖은 협박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 남은 이들은 더 고립된다. 그렇게 남은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운다. 얻어맞아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니, 세상에 말을 걸 수단으로 망루에 오른다. 하지만 용산4구역이 그랬듯 대부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진압당한다. 6명이 숨진 용산참사가 있었던 자리에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가 올라섰다. 무리한 진압작전을 폈다는 비판을 받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재선의 국회의원이 됐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으로 복귀해 용산 르네상스를 다시 열겠다고 한다. 용산참사가 있기 3년 전 서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맞은편에 ‘무악2구역’이 지정된다. 형무소에 갇힌 독립운동가, 민주화 운동가들을 위해 가족과 동료들이 밥과 옷을 지어 보낸 곳이라 ‘옥바라지 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은 동네다. 소설가 박완서가 살고, 그의 소설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지 10년 만에 골목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경희궁롯데캐슬이 들어섰다. 책은 용산과 아현동, 독립문 등 재개발 과정에서 쫓겨난 사람들, 그들이 살던 골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빈곤사회연대의 활동가다. 재개발은 남아서 분양받을 경제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해 떠나야 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를 더 키운다. 저자는 “핏줄같이 뻗어 있던 골목들을 지우고 반듯하게 올라선 아파트들은 마을버스와 재래시장을 없애고 담장을 높여 지역의 역사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한다”고 말한다. 강제퇴거에 맞서 싸운 이들의 이야기는 동네의 역사를 기억하는 의미도 갖는다.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강민영 지음·휴머니스트·1만6000원
소설가 강민영의 자전거 생활 예찬기다. 자전거에 오르자 가라앉아 있던 일상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전거 타기를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 문장 곳곳에 녹아 있다. 자전거 위에서 바라본 풍경과 이야기가 유려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피난하는 자연
벤야민 폰 브라켈 지음·조연주 옮김·양철북·1만7000원
기후위기로 지구 곳곳에서 거대한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북극과 남극, 온대와 열대 등 지구 전역에서 동물의 대이동이 일어난다. 숲도 아주 느리지만 산을 오르고 있다. 독일의 환경기자인 저자는 4년에 걸쳐 전 세계를 다니며 기후위기의 위험한 징후를 기록했다.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황헌만 지음·소동·3만5000원
습지에는 지구 생물 중 약 2%, 해양생물의 약 60%가 산란하거나 서식한다. 15년 가까이 습지를 사진으로 기록한 저자는 자연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갖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무분별한 개발로 개체수와 생물종이 현격히 줄어드는 한강 하구 ‘교하습지’의 위기를 고발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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